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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달라지는 것이 보이지 않는 듯한 일상의 삶은 무한 반복되고 있습니다. 때론 지루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일상의 지루함과 묵묵함, 끈기가 없으면 내일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뭔가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무려 89절에 달하는 오늘 본문도 악보에서 도돌이 음계를 보는 듯 거의 동일한 내용이 12번이나 반복됩니다.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내용 뿐이지만, 그 안의 핵심은 슬롯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발적인 헌신과 봉사, 그리고 공식적인 기관의 권위에(*대제사장인 모세 Moses: 오늘날의 대법관, 교황의 지위를 겸임하는 최고위 지도자)기반을 둔 공평한 자원배분에 관한 고대 슬롯의 운영 정바카라입니다.
마음에 다가온 한 구절(Quiet Time)
"(주님이 모세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만남의 장막 일에 쓸 것이니, 너는 이것을 받아두었다가 레위인들이 각기 맡은 일을 할 때에 필요한 대로 내주어라." 모세는 그 수레와 황소를 받아 레위인들에게 넘겨주었다.
게르손 후손에게는 그들이 맡은 일을 하는 데 쓸 수레 두 채와 황소 네 필을 주었다. 므라리 후손에게는 아론 사제의 아들 이다말의 지휘를 받아가며 맡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수레 네 채와 황소 여덟 마리를 주었다.
크핫 후손에게는 그들이 맡은 거룩한 임무가 어깨에 메고 다니는 일이었기 때문에 하나도 주지 않았다. (민수기 7, 5-9)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효율과 공정을 다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단돈 1,000원이라도 손해를 보거나 차별을 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람의 마음은 심난해집니다.
대형 국바카라 사업이나 대기업의 자원 배분 과정에서 누가 더 많은 지원을 받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지역 주민들과 회사 임직원들의 내부 갈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소셜 미디어에서 타인의 기부나 봉사를 두고 순수성을 의심하며 비난하는 시사 뉴스들은 우리 슬롯의 자발적 헌신과 자원 배분의 시스템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 경우 얼마나 쉽게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편으론 '공정'이라는 명분 아래 때론 악의적으로 각자의 셈법만 난무하는 현대의 소란 속에서, 성경의 민수기(Numbers) 7장은 우리에게 자발적 헌신과 거룩한 질서가 어떻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길고 반복적인 구조를 가진 장 중 하나로 알려진 본문은 모세(Moses)가 성막(Tabernacle)과 제단(Altar)을 완공하여 봉헌한 날, 유다(Judah) 지파의 나흐손(Nahshon)을 시작으로 이스라엘(Israel) 열두 지파의 지도자들이 12일 동안 매일 한 명씩 동일한 예물을 바칩니다.
제가 읽어가면서도 130세클의 은쟁반, 70세클의 은대접, 10세클의 금잔, 그리고 수많은 가축의 목록이 열두 번이나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게 측정 단위 ‘세클(shekel)’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참조)
그러나, 굳이 이렇게 12회나 반복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몇 가지가 머리 속에 그려졌습니다.
첫째,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은 강요나 무자비한 법 집행이 아닌 자발적인 헌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도자들이 가져온 덮개 있는 수레 여섯 대와 소 열두 마리는 하느님의 강요가 아닌, 이스라엘 공동체를 이끄는 우두머리들의 자발적인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업과 슬롯의 시스템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법률이나 규칙에 얽매인 단순한 의무감을 넘어 조직의 존재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어놓는 리더십이 필수적입니다.
각 지파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기보다, 하느님의 거룩한 장소를 섬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자원을 내놓았습니다.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최소 60만 명 이상이 이동하는데 필요한 각종 집기를 운반할 화물차와 야외 행군에 필요한 경비를 12명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분담하여 기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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