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잠깐 차 한잔할까"가 무서운 이유

다정한 티타임이 '공포의 포비아'가 되지 않으려면

by커리어 노트


"OO 님, 오늘 오후에 시간 괜찮으면 나랑 커피 한잔할까? 별 얘기는 아니고, 요새 어떻게 지내나 해서."

사무실을 울리는 팀장님의 이 가볍고 다정한 한마디.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주니어 팀원의 머릿속은 그 순간부터 우주 대폭발 수준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갑자기 티타임? 내가 최근에 올린 보고서에 문제가 있었나? 아니면 요즘 휴가 자주 쓴 것 때문에 그러시나? 설마… 그것도 아니면 사람 줄여야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우리 팀에서 나보고 나가라고 하시려나?'


정작 팀장은 정말로 순수하게 커피 한잔 하며 친해지고 싶어서 던진 말이었지만, 받아들이는 팀원에게는 흡사 '서스펜스 스릴러'의 서막과 같다. 요즘 온라인 게임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티타임포비아(Tea-time Phobia)의 씁쓸한 단상이다.



아젠다 없는 소통이 유발하는 온라인 게임인들의 오해


과거의 리더십이 무뚝뚝하고 지시적인 성향이었다면, 요즘 리더들은 팀원들과 가깝게 소통하는 '친근한 리더'가 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문제는 소통의 '방법'이다. 리더 입장에서는 가벼운 스몰토크가 소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니어들에게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대화는 그저 또 하나의 '눈치 싸움'일 뿐이다.


"OO 님, 요즘 회사 생활은 좀 어때? 힘든 건 없고?" "아… 네, 팀장님.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동료분들도 다 좋으시고요." "그래? 다행이네. 근데 요즘 마케팅 스케줄이 조금 타이트해 보이던데, 할 만해?" "(속마음: '아, 일이 많다고 징징대지 말라는 뜻인가? 아니면 내 퍼포먼스가 느리다는 압박인가?') 아, 전혀 안 힘듭니다! 야근해서라도 일정 무조건 맞출 수 있습니다!" "어? 아니, 난 힘들면 조율해 주려고 물어본 건데…"


이처럼 목적(Agenda)이 불분명한 티타임은 팀원을 방어 태세로 만들고, 결국 리더가 원하는 진짜 속마음 대신 '학습된 모범 답안'만 듣게 만든다. 서로 귀한 시간과 커피값을 쓰고도 마음의 거리만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로 피곤하지 않은 힙하고 담백한 면담 기술


그렇다면 팀원에게 공포를 주지 않으면서도 실속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바카라은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대화의 목적을 미리 오픈하고, 아젠다를 쪼개서 공유하는 것이다.


"OO 님, 오늘 오후 3시에 커피 한잔하면서 '이번 달 업무량 조절' 관련해서 잠깐 얘기 나눕시다. 힘들거나 병목 생기는 부분 있으면 편하게 생각해 뒀다가 얘기해 줘요."


이렇게 멘트를 바꾸는 순간, 팀원의 머릿속을 감돌던 무시무시한 오해와 포비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팀원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어벽을 세우는 대신, '어떤 업무가 힘든지' 리더에게 요구할 실무적인 카드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진짜 일잘러 리더들은 티타임을 가질 때 기존에 관찰했던 팀원의 강점이나 객관적인 성향 데이터를 활용한다. "OO 님, A프로젝트할 때 보니 '분석력'이 정말 강점이더라고. 기획안 작성한 것 보니 분석이 디테일하게 잘 되어 있어서 질문할 내용이 별로 없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그 강점을 어떻게 살릴지 오늘 차 마시면서 가볍게 얘기해 보려고 해."



칭찬도, 업무 조율도 팩트와 명확한 주제를 기반으로 접근할 때 팀원은 비로소 '나를 감시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내 성장을 돕는 자리구나'라며 마음을 연다. 무조건 착하고 친근한 팀장이 되겠다며 불쑥 커피 잔을 내미는 아날로그식 다정함은 잠시 내려놓자. 목적지는 명확하게, 대화는 단호하면서도 담백하게 진행하는 힙한 소통법이야말로, 이 시대의 주니어들이 진짜 갈망하는 '일잘러 리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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