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의 한계에 갇혔을 때 쓴소리로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사람
리더에게 '조언을 구할 멘토를 두는 것'은 단순한 인맥 관리가 아니라 내 의사결정의 편협함을 깨부수는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리더는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신이 아니기에 업무, 커리어, 자기 관리 등 분야별 멘토를 두고 수시로 묻는 영리함이 필요하다. 진짜 멘토를 감별하는 기준과, 이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리더가 평소에 공을 들여야 하는 사항에 대해 공유한다.
초임 팀장 시절에는 모든 비즈니스 문제를 내 힘과 판단으로만 완벽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거창한 착각에 빠져 지냈다. 리더라는 자리가 주는 무거운 바카라임감과 고독함에 치여 끙끙 앓으면서도, 남들에게 약점을 보이기 싫어 혼자 골방에서 여러가지 안을 만들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안으로 의사결정을 하곤 했다. 주변에 나의 부족함과 고민을 털어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팀원들의 역량이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혼자 실망하고 좌절하며 감정을 낭비하던 초임 시절, 한 멘토로부터 "인간에 대한 기대를 아예 0으로 두어라"라는 조언을 들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무시하라는 말인가 싶어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의 진짜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 실망과 분노는 언제나 내가 임의로 설정한 '기대치'에서 비롯되는 법이었다.
모든 팀원의 기준점을 0에 두고 바라보기 시작하자 리더십의 시야가 완전히 달라지는 귀중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기준점을 비우니 팀원이 잘하면 진심으로 고마운 일이었고, 못하더라도 실망하고 주저앉는 대신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어떻게 이끌어줄 것인가"라는 차갑고 객관적인 솔루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내 생각이 편협해지는 순간 조직은 가장 먼저 침몰하며, 내 생각의 한계를 부수기 위해서는 내 지독한 편견에 단호하게 짱돌을 던져줄 '나만의 멘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주변에서 롱런하며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관록 있는 리더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그들은 자신보다 앞서 간 이들의 지혜를 훔쳐 내 지표로 만드는 멘토링 스택이 아주 날카롭다. 그들은 상대에게 "오늘부터 제 멘토가 되어주십시오"라고 거창하게 선언하며 부담을 주지 않는다. 대신 업무 관련,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성, 철저한 자기 관리 영역까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나 혼자 마음속 멘토로 설정해 두고 수시로 묻고 조언을 구한다. 나 또한 여러 분야의 멘토를 내 스스로 설정해 두고 있지만 그들에게 "저의 멘토이십니다"라고 말한 적은 없다. 과거 글로벌 회사들과 일하며 극심한 영어 장벽에 부딪혔을 때도 나는 나만의 비밀 멘토를 찾아갔다.
해외 유학 경험이 전무함에도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해 늘 동경을 받던 선배가 보여준 아침 루틴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이미 정상의 자리에 있었음에도 매일 아침 출근길 차량 안에서 NBC 뉴스를 1시간씩 들었고, 일찍 출근해 미국인과 30분간 화상 영어를 반복하고 있었다. "매일매일 지루하게 쌓아 올리는 루틴 외에 왕도는 없다"라고 덤덤하게 말하며,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실전 프로그램들을 추천해 주던 그의 조언은 내 커리어의 이정표가 되었다. 반면 무능한 리더들은 내 알량한 경험과 과거의 자격증에 갇혀 귀를 닫아버린다. 내 생각이 얼마나 짧고 얕은지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늘 쓰던 전술만 고집하다가 격변하는 시장에서 가장 먼저 도태된다.
리더가 신이 아님을 인정하고 기꺼이 고개를 숙여 조언을 구할 때, 비로소 내 밑의 후배 팀장들이 찾아왔을 때도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을 건넬 수 있게 된다. 내가 먼저 멘토의 정교한 피드백을 통해 깨지고 다듬어져 본 경험이 있어야, 나를 찾아와 매니징의 벅참을 토로하는 후배 팀장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줄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받아본 최고의 조언 자산이 고스란히 내 리더십의 근육이 되어 조직으로 흐르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여기서 리더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처리 방침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오직 나라는 인간의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의견을 줄 사람을 멘토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감언이설로 내 기분만 맞춰주거나 사적인 이익 관계로 얽힌 사람의 말은 내 눈을 흐리게 만드는 정보에 불과하다. 내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려 할 때 나와의 관계가 멀어질 각오를 하고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줄 수 있는 사람, 내 성장을 나보다 더 기뻐해 줄 수 있는 순수한 선의를 가진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진짜 멘토들에게는 평소에 늘 잘하고, 아낌없이 베풀며, 영혼을 다해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리더로서 행해야 할 가장 최우선의 인간적 도리다.
결론적으로 기술과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 생산성 향상을 도와준들, 리더의 시야가 닫혀있다면 그 조직은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기에 멘토십은 대체 불가능한 필수 무기다. 혼자서 100% 완벽한 답을 내리려는 오만을 버리고,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이들의 지혜를 내 성장의 양분으로 삼아라. 내 무지를 인정하는 용기야말로 격변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나와 조직을 모두 수호하는 프로 일잘러 리더의 최종 종착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