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로 읽는 도시의 흥망성쇠
세상에서 가장 무질서했던 도시가, 오늘날 도시계획과 건축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되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정부도, 제대로 된 행정도, 건축법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용적률도, 일조권도, 소방 기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에는 수만 명이 살아갔고, 식당과 공장, 병원, 학교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일하고, 먹고,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습니다. 그곳의 이름은 구룡성채(九龍城寨, Kowloon Walled City)였습니다.
도시는 보통 계획으로 만들어집니다. 정부는 도시계획을 세우고, 도로를 놓고, 공원을 조성합니다. 건축가는 설계하고, 디벨로퍼는 건물을 개발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도시가 탄생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구룡성채는 정반대였습니다.
1898년 베이징 조약에 따라 영국이 홍콩섬 주변의 신계지역을 조차(남의 땅을 일정기간 빌려 통치하거나 사용)하면서 유독 구룡성채만은 청나라의 관할로 남겨두었습니다. 조약 당시 청나라가 관할권을 유지하기로 한 예외 조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청나라의 영향력은 사라졌고, 영국 역시 적극적으로 통치하지 않았습니다. 도시 한가운데 행정의 공백이 생긴 것입니다. 이후 중국 내전과 슬롯 혼란을 피해 홍콩으로 몰려온 난민들은 살아갈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은 빈터에 집을 지었습니다. 땅이 부족해지자 위로 올렸고, 그 위에 다시 건물을 얹었습니다. 증축은 계속 이어졌고, 건물은 서로 맞닿았습니다. 골목은 점점 좁아졌고 하늘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누군가 설계한 도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씩 이어 붙인 공간이 결국 하나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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