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나기

세월을 겪으면 감이 좋아진다

by느곰씨 오만가치

설날 직전에 확진을 받는 바람에 명절에 이동은 어렵게 되었다. 확진만 받고 퇴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는데 (명절 음식은 어떻게 견디려고 그랬는지) 경장식 훈련을 해야 해서 일주일은 더 입원을 해야 했다. 친가와 외가를 큰 아이와 둘이서 다녀와야 하는 난처함이 생겼다. 아이들이 조금만 아파도 걱정하시는 어른들인데 입원까지 했다고 하면 어떨지 걱정이다. 난치병이라고까지는 얘기할 수 없다. 그냥 장이 안 좋아서 입원했다고 하기로 했다.


"작은 애가 입원해서 이번에는 큰 애랑 둘이 갈게요"

무심하게 넘기려고 했는데, 역시 어머니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왜? 건강하더니, 애가 뭘 잘못 먹었나? 왜 입원까지 했노?"

"크다 보면 아플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너무 걱정 마이소"

"아이고, 애가 왜 아플꼬.."


괜히 말이 길어질까 봐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계속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이렇다 저렇다 길게 설명하다가는 말이 꼬일 것 같기도 했다. 아내는 형수에게 이미 연락해 사정을 얘기해 두었고 가족들은 그냥 아픈 걸로 지나가기로 했다. 연휴 동안 여행 간 누나에게는 돌아오면 얘기하기로 했다. 누나는 집안의 해결사이기도 해서 누나와 상의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 좋아하는 거 많이 챙겨주려고 하실 텐데, 앞으로도 이유 없이 계속 안 먹는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누나와 매형이라면 안심시켜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가족 밴드에 큰 아이 졸업 사진을 올렸다. 여행 중인 누나가 졸업 선물이라며 톡으로 축하한다며 메시지와 용돈을 보내왔다. 즐거운 가족 여행 중일 텐데 괜히 분위기 안 좋아질까 봐 그저 고맙다고만 했다.


설 당일은 바삐 움직여야 했다. 큰 아이와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준비는 금방 하는 아이라서 별 걱정은 없었다. 깨우면 금방 준비할 테니까. 일어난 아이는 엄마가 시킨 대로 세수하고 화장품을 꼼꼼히 발랐다. 덕분에 20분 늦었다. 도착하면 밥을 바로 먹을 예정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배고프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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