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내준 곁

(29) 곁이라는 선물

by블라썸도윤

휘파람이 간질여 주어서

얼굴을 만나기 위해 멈춰 섰다

명상 같은 아침을 모아주니

리듬 옆에 결을 타고 싶어

기다림은 예의까지 곱게 오더라

이 야들야들한 소리의 주인공을

시끄럽고 정신없다고 한

다른 친구의 말은 들리지 않아


학습 부진 엄지공주 닮은 여아는

저학년 사이에서도

얌전하며 작품 활동할 때 손을 떤다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귀띔을

한쪽 귀로 흘리게 되더라


같은 동급으로 모인 곳에서는

떨림이 생기지 않아

자신감은 신나는 것일까


아이들은 저마다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모습을

몇 개씩 품고 있는 것 같다


아침을 경쾌하게 잡아준

휘파람이 좋아서

그 곁에 머문 마음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걸로 충분했다






이 글을 긍정적 에너지로 쓰고 충분한 마음을 얻었는데 아기공주 같은 천의 얼굴이 사고를 쳤어요. 친구를 만나니까 아침부터 정신없이 뛰더니 해질 저녁에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미추홀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아파트 정문에 거의 닳았는데 뒷모습이 작은 이 아이 같았어요. 저와 한 아파트의 주민한테 혼나고 있었지요. 요즘 새로 나오는 윤택 나는 킥보드가 갖고 싶다며 저보다 덩치 좋은 아이 것을 빌려 탄다더니 견물생심이 생긴 겁니다. 둘이서 있었기에 용기가 생겼고 나쁜 짓을 한 겁니다. 꾸중을 호되게 받는 가운데 부모님이 계시냐고 물었더니 작은아이가 같이 사고 친 아이를 가리키며 던진 말이 호구조사가 됐지요.

- 얘네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에요


- 우리 엄마는 한국말이 서툴러요.

- 아빠한테 말해서 곧 오실 거예요.

- 부모님 사이는 좋으시니?

- 아빠가 컴퓨터 하면서 욕을 많이 해요. 그래서 엄마가 싫어해요. 엄마는 밤에도 안 자고 일해요.


- 작은아이야 너는 속내복을 벌써 꺼내 입었냐. 엄마가 회사에서 늦게 와서 그러니?


- 쟤는 제 옷을 빌려 입었어요. 오늘 처음 제집에 놀러 왔거든요.


또 그럴 거냐며 잘못했다고 사죄를 시켰지요. 베트남 엄마와 같이 사는 아이의 아빠가 와서 때려 줄 거라는 말에 아이가 울면서 싹싹 빌었어요. 제가 안아주면서 아빠한테 폭력은 쓰지 마시라고 했죠. 작은아이는 억지로 잘못했다고 하더니 뻣뻣이 서 있는 겁니다.


실무 선생님이 어제 작은아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게 배겼어요. 얘는 교장 선생님까지 내놓은 사고뭉치 이라더니 제게 그런 본모습을 보여준 건가 싶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복도에서 학습부진아로 늘봄교실에 가는 작은아이를 마주쳤지요. 어제 지은 죄가 있어서 저를 보고 깜짝 놀라더구먼요. 선생님들이 포기한 이 아이를 못 본 체 외면하기 싫었어요. 저는 약속을 걸었답니다.


- 우리 복도에서라도 매일 만나지. 선생님이 예뻐하는데 잘못을 이제 하면 안 되지. 수업 시간에 도망치고 남의 물건에 손댈 거야. 약속하자. 만났을 때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땐 내게 말해줄래. 그러면 안아줄 거야.


- 네. 저 예뻐해 주시잖아요. 말 잘 들을 거예요. 안 그럴게요.


아빠한테 혼이 났을 2학년 같은 반 아이는 오늘 만나지 못했네요. 저는 직접적인 담임선생님이 아니라서 관여를 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도서실에선 얌전하고 본관과 별관 복도 사이에서 마주칠 땐 공손한 인사를 하는 아이에게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려고요. 두 아이 다 엄마와 같이하는 자리가 많이 부족한 겁니다. 감당은 어렵지만 잘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복도에서 주는 사랑으로 지켜보려고요.


다음날 또 마주쳤는데 이젠 엄지공주가 바뀐 얼굴을 드러내며 선생님 싫으니까 저 쳐다보지 말아요 하는데 눈빛이 고정돼 있었어요. 카멜레온처럼 자주 변하는 아이가 외모처럼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아이도 만나지는 데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아기 같은데 생각은 모서리를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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