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곁이라는 선물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손끝의 문장도 문지방 닳듯
순수 우리말 낱말을 짜맞추듯
때에 맞춰 글밥을 짓는다
자음 열아홉과 모음 스물하나
서로 만남과 이별을 비벼대고
수없이 많은 말을 낳고
마음이 닿는 씨앗이 되어
세상으로 흩어지면
뜨거운 가슴은 볕이 되어주고
날 선 모서리는 둥글어져
매번 새순 같은 글이 움튼다
장 보러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부엌문 앞에서 서성일 때
애초부터 앞을 보지 못하던
아랫채 아주머니는
어머니보다 먼저
쌀 함지박을 안고 나오셨다
방 안으로 기어든 햇살이
방향을 틀어 저녁임을 알려주고
부엌에서는 밥이 익어가고
하루도 익어간다
내가 짓는 문장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든든히 채운 뒤
마지막 한 숟갈 후식처럼
배가 불러 나온 웃음으로
남겼으면 좋겠다
* 말랑이는 주물럭거려도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글짓기란 물렁물렁 말랑말랑 막히지 않고 잘 빚어져 태어났으면 좋겠다.
이 시는 푸른 잎사귀 작가님이 텃밭 농사를 지으며 재배일지를 기록하는 데서 실마리를 얻게 됐지요. 글도 그냥 써지는 것이 아닌 농사가 되기에요. 거기에 어제 발행글에는 블라썸도윤 제가 궁채가 맛있다고 했던 이야기도 넣어주셔서 답 시로 고마움을 표한 뜻도 있습니다. 사람살이에는 품앗이 같은 정이 있어야겠지요.
https://fishingproductfr.com/@50d766c1b4cd493/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