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가 되어

by는개




새로운 진료실에서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새 선생님은 저번 진료에(초진시에 작성했던) 진단했던 걸 토대로 조금씩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환자분이 살이 찌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으니 살 찌는 부작용이 있는 약물을 모두 빼고 다른 약물로 대체하겠다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진료실에서 나와 약을 기다렸다.

결재하면서 처방전과 진료세부내역서, 세부 결재 영수증을 요청했다.

집에 가서 바꿔준다는 그 약들을 전부 검색해 볼 생각이었다.












사실 병원을 바꾸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전 선생님이 대충 하는 것 같아서였다.

지치지 않고 계속 옆에 있는 우울이 지겨운건 지겨운거고,

환자가 몇 주 째, 몇 달 째 같은 소리를 하더라도 본인은 그 티를 안 내야 하지 않나.

환자에겐 본인이 전부일텐데.


(그래, 그녀에겐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고,

나 혼자 예민하게 그렇게 느낀거라면 할 말이 없다.)


소견서와 그 동안 받았던 검사 결과지, 적지 않게 쌓인 진료 기록을 모두 읽었다.

약학 정보원 사이트에 약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해서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알아봤다.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폈다. 쭉 읽어 갈 수록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약이 하나같이 부작용에 체중 증가가 있는 제품들이었다.


나는 홀대 받고 있었다.

그렇게 살 찌는 게 싫다고, 가장 우울하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는데도.

이 처방전의 약을 담을 파우치를 애착인형처럼 놓치 못하고 다니면서 살찌고 있는 몸뚱이를 증오하고 혐오하며 식욕억제제를 쥐며 불안해하던 내 몇 년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멈추지를 않고 그침없이 흘러갔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엇다.

계속 우는 것 말고는.

















나는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게 맞는가

나는 의사를 필요로 하는게 맞는가.

그리고 그 '전문가'가 의사가 맞는걸까.


자의로 병원을 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제 나는 얼마나 살든, 얼마나 병원을 다니든 영원히 처방전을 의심하게 될 것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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