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 않는 목소리를 향해 겨우
병원을 결정하고 다니기 시작했고 몇 주가 지났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자는 루틴처럼 병원을 데려다주고, 의사는 정해진 레시피처럼 처방전을 내준다. 그럼 시키는 대로 약을 먹고, 집에 와서 조금 쉬었다가 일하고, 일이 끝나면 처방전을 검색한다.
때가 되면 자고, 때가 되면 일어나고, 때가 되면 일한다.
그럼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간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내 스스로 나를 해치지 않고 있고, 약도 시키는 대로 잘 먹고 있고,
병원을 옮겼으니 그럼 좀 더 나아진 것 같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왜 이런지도 모르겠고 말하지도 못하겠고
우울에 잠식된 지 너무 오래라 사람을 너무 안 만나서 이런 얘기할 사람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요즘 내가 우울하면 떠올리는 상대는 대본집까지 산 어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에게서 어떤 소설 속의 인물로 넘어갔다. 지금 너라면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드라마를 보면서 인물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보면서 당신이라면, 하다가 지금은 바카라을 쳐다보면서 그러고 있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누가 보면 미친 사람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차라리 낫다.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인물에게 위로를 받는답시고 귀찮게 하는 건,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