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중에서
스쳐 지나가는 한 조각 바람,
파동 하나에 쉼 없이 흔들리는 한 점의 매질,
브라운 운동을 반복하는 티끌.
자유.
무언가에 잡히거나,
어딘가에 갇히거나,
어느 곳에 멈출 필요도 없다.
질량을 가지지 않기에
중력도 없다.
질량이 없으면 휘어짐도 없고,
휘어짐이 없으면 궤도도 없고,
궤도가 없으면 이탈도 없다.
이름이 없으면 사라짐도 없다.
있었지만,
하나의 이름을 가지지 않았던 것.
미완의 존재.
지나갔으나 남지 않았고,
흔들렸으나 머물지 못했고,
부딪혔으나 방향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자유와 부재는 닮았다.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
이름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흩어진 것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힘,
지나치던 것을
멈추게 하는 사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바라보게 하는 변화이다.
그 순간,
흔들리던 파동은 하나의 상태가 되고,
방향 없이 떠돌던 티끌은 위치를 찾는다.
자유를 잃는 대신 존재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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