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스쳐 지났었다.
멀리 있어서 알지 못했고,
가까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했다.
한 번이 몇 번이 되고,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수만 번.
스침이 쌓여 가던 어느 날,
비로소 알아보게 되는 순간.
인연.
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군데군데 흘렀고,
피부에 와닿는 바람은 기분을 살짝 간지럽혔다.
지나던 곳의 창,
도로 위의 자동차,
버스 정류장의 벤치 같은 것들은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어느 것은 조금 더 낡았고,
어느 것은 새로 닦인 듯 깨끗했고,
어느 것은 어제보다 그림자가 작아져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인 듯 보였지만,
늘 그렇게 아주 작은 변화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수많은 변화 속,
다른 밀도의 변화 하나.
처음에는 그것도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배경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한다.
창밖의 나무처럼,
매일 지나는 골목의 간판처럼,
버스 정류장 끝에 놓인 낡은 벤치처럼.
있지만 의식되지 않고,
지나가지만 남지 않고,
마주치지만 사건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침은 그렇게 사라진다.
어떤 스침은 공기 속으로 흩어지고,
다른 스침은 하루의 소음에 섞이며,
또 다른 어떤 스침은 기억의 문턱에도 닿지 못한다.
그렇다고 모든 스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떤 스침은
말 한마디보다 얇게,
눈빛 하나보다 희미하게,
그날의 날씨보다 쉽게 잊힐 것 같은 것들이
조용히 남는다.
같은 얼굴을 보아도 같은 시간은 아니고,
같은 목소리를 들어도 마음속 같은 위치는 아니다.
하나의 스침은 하나의 상태로 남고,
다시 찾아온 스침은 그 곁에 조금씩 다른 상태로 쌓인다.
서로 닮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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