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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회절

by늘람

문득

그리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의 끝에 실려
낯선 내음 하나가
오래된 기억을 불러낸다.


기억이란 게,

참 이상하다.


완벽히 잊었다 생각했는데,
작은 틈새를 타고 들어와
다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흔적을 남긴다.


그리움은 아련하다.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들을 향해
자꾸 고개는 돌아가고
그 움직임을 멈추지 못한다.


그리운 것이 무엇이었을까.
애달팠던 사람이었을까.
추억 어린 장소였을까.


처음에는
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
함께 걸었던 길,
아무렇지 않게 나누었던 말.


그런데
하나가 떠오르고 나면
다른 기억과
또 다른 기억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그날의 하늘,
길가에 피어 있던 꽃,
함께 웃었던

이유도 잊어버린 웃음까지.


분명 그리운 것은 한 사람이었는데
그리움은
그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그리움은 빛의 회절을 닮았다.


좁은 틈을 지나면
주위로 넓게 퍼져 나간다.


틈이 좁아질수록
빛은 더 넓게 퍼진다.


작은 틈은
빛의 퍼짐을 가두지 못한다.


그리움도 그렇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낯선 내음 하나.


그 작은 기억의 틈으로
오래전의 시간이 밀려든다.


하나의 표정에서
한 계절로 퍼지고,
한 사람에게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세상으로 번져간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이
서로를 불러내며
마음속에 펼쳐진다.


회절한 빛은
스크린 위에 밝고 어두운 무늬를 남긴다.


어떤 곳에서는 빛이 서로를 보강하고,
어떤 곳에서는 서로를 지운다.


그리움 속의 기억도
모두 같은 밝기로 남지 않는다.


어떤 표정은 유난히 선명한데,
그날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을

온전히 되살리지 못한다.


어떤 것은 밝히고,
어떤 것은 어둠 속에 남긴다.


그래서

그리움의 무늬는
선명하면서도 모호하다.


분명히 그리운데,

정작 무엇이 그리운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사람인지,
그때의 시간인지.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시간 속에 있던

자신을 발견한다.


그때의 표정,
그때의 웃음,
그 사람을 바라보던 눈빛.


한 사람을 떠올렸을 뿐인데
그와 함께 존재했던 수많은 순간이
마음속에서 퍼져 나간다.


그 안에는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때의 자신도 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 해도
그때의 계절과
그때의 자신까지
다시 만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득 스쳐 간 내음 하나에
잊었던 세계가 다시 펼쳐진다.


어쩌면 그리움은
한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틈으로 들어온 것은
낯선 내음 하나였지만,


그 틈을 지나
마음에 펼쳐진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하나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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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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