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물든 날

by빛작

식탁 아래에서

새파란 토마토가 익어간다

햇빛이 이끄는 힘 대신

스스로 풍겨 나는 풋내가

시간을 물들인다

제 알맹이가 애쓰지 않고

내실을 다져가는 때다


기억 속에 들어있는 토마토 축제

네 살 동생이 에어바운스 밖에 서 있다

형아가 밟아 터뜨린 토마토는

바짓가랑이에 동생 볼에 얼룩을 남겼다

발가락 상처에 토마토 물이 스며들고

봉숭아 물처럼 발바닥이 물드니

콩콩콩 한 걸음마다 개구졌다


맡으라고 내는 풋내 아닌

절로 나는 아이다운 젖내는

시간이 빚어낸 완숙토마토처럼

조용하고도 깊게 익어갔다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하루 만에 열리는 열매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무르익고 있었다


[빛작 연재]

월 [100일의 보통의 날들]

화 [시장 인문학]

수 [100일의 보통의 날들]

목 [시장 인문학]

일 [시장 인문학]

이전 28화꽃이었고 꽃이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