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목의 빗금들
하루에도 몇 명씩, 손목의 상처를 마주하며
다독이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지금, 내 아들의 손목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혹시, 죽고 싶은 거니?"
아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목에 난 빗금들은
내 생살을 가르듯 심장을 찢었다.
나와 아이를 둘러싼 공간에 지진이 일고 있었다.
온 신경계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이십 년간 수천 번 되풀이해
이제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진 말들이,
딱히 의지를 내지 않아도 흘러나왔다.
"계획이 있어? 시도해 본 적 있어?"
내 목소리인데 내 목소리 같지 않았다.
다행히 아들은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그래, 안다. 숫자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상담실 컴퓨터 안의 통계 자료들,
전문 바카라자 속 그래프들.
그런데 그 숫자가
내 아들의 손목에 그어져 있었다.
내 아들에게 라니...!
게다가 더 답답했던 것은
이유를 묻는 말에 아이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기다렸다.
아이 방문 앞을 서성이다 돌아서기를
수 번 반복했다.
결국, 초조함이 일을 냈다.
'아니 말을 해야 할 것 아니야!
엄마가 너 때문에 서울에서
여기까지 이사도 왔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학교도 안 가면
어떻게 하라는 거니?!'
평정심을 놓아버린
내 감정폭발이 극히 수치스러웠다.
그때 나는,
전문가라기보다 무너진 엄마였다.
정신과를 알아보고 상담실을 예약했지만
해결바카라을 찾는 것에만 매몰된 나는
엄마로서의 한계에 압도되고 무너졌다.
아이의 널뛰는 감정들에
의연한 날들보다 휘둘리는 날들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낼 만큼
아팠던 그 마음을 온몸이 아리게 느꼈지만
입 밖으로 내어 그 상처를 공감하는
위로를 표현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명씩, 손목의 상처를 마주하며
다독이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지금, 내 아들의 손목 앞에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