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nging Room — 무대 뒤 또 다른 대기실

텐션과 예민함에 목숨 거는 선수들과 꼭 하나는 비워두는 스트링머신

by남발

몇 번의 포핸드가 베이스라인을 조금씩 벗어나면, 코트 위 선수들 중 열에 아홉은 본인의 라켓 면을 뚫어져라 째려본다.

체어 위에서 두 시간 이상 뻣뻣하게 굳어가는 허리를 다독이며 손가락으로 스코어 버튼을 누른다. 코트 바닥에 꽂힌 공이 아웃 판정을 받자마자 선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댄다.

'탱, 탱.'

본인이 스윙 타이밍을 늦게 가져가서 밀려 맞았을지언정, 꼭 그렇게 애꿎은 라켓 스트링 탓을 먼저 해본다. 속으로는 가끔 헛웃음이 나오지만, '나는 그 비슷한 샷 하나도 못 치는 데..' 하면서 심판 특유의 굳은 표정만을 유지한다.


체인지오버 90초 휴식 시간. 벤치에 주저앉은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방에서 라켓 두 자루를 꺼내더니 뒤편 진행 요원에게 냅다 던지듯 건넨다.


"같은 텐션으로 지금 빨리 매어주세요"

줄이 끊어진 것도 아니다. 그냥 샷이 뜻대로 안 뻗으니까 스트링작업이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매 오라는 거다. 투어 현장에서 심판과 스태프들은 경기 중에 터져 나오는 이런 긴급 라켓 교체 상황을 '온코트 스트링(On-court Stringing)'이라고 부른다.



선수 이름과 분초 단위 요구 시각, 여러 단위의 장력 숫자가 적힌 태그들이 머신 위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매치가 끝나고 땀에 절은 유니폼 차림으로 태블릿을 챙겨 심판실로 향한다.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좁고 어두운 복도를 돌 때마다 또 다른 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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