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심박수 속에서 튀어나오는 말의 밑천에 대하여
“Why are you guys sitting there?”, “How did you get your badge?”
지난주 대회의 복식경기였다.
시합 시작 전 코트에서 이것저것 준비 중이었던 내 등 뒤로 날아와 꽂힌 말이다.
좀 어이없었던 건 경기는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이었다는 거다.
그 말을 나에게 던진 선수는 이미 얼굴에 독기가 가득한 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투어에서도 성깔 까다롭고 벌금도 꽤 자주 부과받는 소문난 친구였는데, 불과 몇 시간 전 끝난 본인의 단식경기에서 심판과 거칠게 부딪히며 한바탕 소동을 부린 뒤였다.
그 패배의 독기를 고스란히 내 매치까지 가져온 모양새였고, 나는 아직 선수 소개 어나운스도 하지 않았는데, 심판석에 앉아 있는 이유와 자격까지 싸잡아 털린 것이다. 사실 굳이 머릿속으로 그의 의도나 다른 이유를 찾아볼 필요는 없었다.
문장의 뜻보다 음절 사이에 서늘하게 묻은 말투와 표정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이럴 때 심판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턱밑까지 열이 뻗치고 눈빛도 바뀔지 모르지만, 같이 낯빛을 굳히거나 말대꾸를 얹는 순간 코트는 바로 진흙탕 싸움판이 된다. 그것도 이미 내 두 팔이 묶인 채 시작하는, 그래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게다가 심판석 주변의 마이크들과 카메라들은 늘 코트의 거친 숨소리 하나까지 전파에 실어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내 표정을 지운 채, 기계처럼 경기 전 절차를 건조하게 마이크를 통해 흘릴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