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제3자로 살기 위해 깎아먹은 삶의 유효기간에 대하여
새벽 다섯 시 즈음 우버 호출을 먼저 눌러둔다.
문 앞 신발장 센서등이 켜지지 않도록 살금살금 벽에 붙어서 나오지만, 마지막으로 도어록을 열 때 울리는 '삐빅' 하는 소리는 피할 길이 없다.
1년의 절반 이상을 집 밖에서 떠도는 삶 속에서 이런 반복되는 작별은 소리 없이 치러내야 할 피로의 절감법 같았다. 내 감정이나 가족들의 취침 시간을 들쑤시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는 것. 그것이 떠나는 자가 남겨진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세련된 배려라 믿어왔다. 더 솔직히는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며 굳이 나의 부재를 알리는 듯한 그 쑥스럽고 미안한 순간들을 모면하고 싶었던 비겁함이었음을 안다.
한 달 정도 됐다. 그날도 그렇게 닫힌 문을 등지고 나와 인천공항행 리무진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출발을 기다리며 무심코 차창 밖을 보는데, 버스 앞 보도블록 위에 선 한 분이 시선에 걸렸다. 그리고는 금방 알게 됐다. 내 대각선 뒤에 앉아 있던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그 남자를 향해 계속 손짓을 하고 있던 걸.
아, 아빠가 딸을 배웅해 주시는구나 하면서도 가까이서 보이는 그분의 표정이 적잖이 슬퍼 보여서, 이 두 사람은 어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오랜 이별일지가 궁금해졌다. 아마 내가 좀 전에 혼자 이별을 하고 와서였을 거고, 동시에 내 아버지에 대한 여러 감정들이 스쳐서였을거다.
그 딸은 결국 출발 직전에 다시 버스를 뛰어내려 갔다. 창밖의 아버지는 딸의 쌀쌀맞은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로 딸을 꼭 끌어안았고, 딸은 그런 아빠의 등을 툭툭 토닥여주고는 다시 짧게 인사한 뒤 차에 올라탔다. 이미 그 모든 장면에 고정된 내 시선은 출발 후에도 그 여학생의 아버지에게 자연스레 멈춰 있었는데, 버스가 코너를 도는 순간 그분이 안경 밑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까지 보게 됐다. 순간 나는 그 여학생이 아빠가 본인과의 이별에 슬퍼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부디 보지 못했기를 속으로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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