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흔들 것인가, 어플을 켤 것인가

편함을 선택하고도 편해지지 않는 순간에 대하여

by남발

얼마 전 캐나다에서의 귀국길에 짐을 찾고 나오니 밤이었다.

시차에, 열 시간 넘는 비행까지 겹쳐 몸이 무거웠지만 귀소본능이 먼저 움직였는지, 나는 캐리어를 받자마자 택시앱부터 켜고 가장 빠른 택시를 호출했다.

최소한의 대기시간을 기대하면서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 터미널 승강장엔 빈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미 택시호출을 한 나는 그 옆에 어정쩡하게 캐리어에 기대어 서서 호출한 택시를 기다렸다.

도착 예상 시간 7분.

눈앞엔 당장 탈 수 있는 택시가 몇 대나 있는데, 몇몇 기사님은 그런 나를 힐끗거렸다. 하지만 호출한 택시를 취소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서 있었다. 그 후 정확히 13분 정도 지났을 때 예약한 택시가 왔다. 사실 여러 생각이나 감정소모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피곤했던 나는 캐리어와 내 몸을 거기에 욱여넣은 뒤 침묵했다. 그냥 쉬고 싶어서.


그러다 집에 거의 다 왔을 즈음 기사님께 내가 알던 지름길을 부탁드렸더니, 기사님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내셨다. 운행하시는 내내 나처럼 한마디도 안 하시던 분이, 내비게이션이 부정확해서 돌아오느라 늦었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묻지도 않은 말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분, 내가 탄 순간부터 계속 내 눈치를 보고 계셨구나.

아까 터미널 앞 택시대기 줄 옆에선 내가 기사님들 눈치를 봤는데, 정작 택시 안에선 기사님이 내 눈치를 보고 계셨다니. 아차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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