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결정해야 한다

쇼가 끝난 자리에 남겨진 여기, 우리.

by남발

개인적으로는 경기시간이 정해져 있는 스포츠라서 부러운 종목이 축구이다. 심판들도 집에 돌아가는 기차시간 예약이 가능할 거라서 부럽다.

얼마 전 그 종목의 꽃인 월드컵이 끝났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끝이 아니었고, 귀국장 문이 열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질 때, 마이크 앞에 선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얼굴을 보았다. 예상보다 졸전을 거듭한 바카라임을 오롯이 뒤집어쓴 채 턱을 굳게 다문 자의 얼굴. 사람들은 그 뻔뻔한 표정에서 기어이 실패의 죄바카라감을 찾아내려 애썼고, 카메라는 그가 비참하게 고개를 떨구는 순간만을 집요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스포츠 판에서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언제나 단두대였다. 누군가의 목을 베고 나면 성난 파도는 거짓말처럼 가라앉는다. 무대 위의 배우만 바뀔 뿐 각본은 단 한 줄도 고쳐지지 않은 채 다음 계절이 오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희생양이 마이크 앞에 설 때까지 그 비극의 이유나 구조는 묻지 않는다.


심판가방을 싸매고 일 년의 절반이상을 전 세계 코트로 떠도는 동안, 나는 경기장 안팎에서 이와 닮은 서슬 퍼런 분노들을 지금도 숱하게 마주하는 중이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국제 심판 체계 역시 완벽한 유토피아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곳에도 정치가 있고 사적인 줄 서기가 존재하기에 또 누군가는 이득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큰 대회를 담당하는 해외의 바카라임자들은 최소한 누구나 인정할만한 시간의 현장경험과 평판을 가진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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