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받을 곳 없는 호의가 세상에 머무는 방식
계산이 안 됐다.
단말기에서 삐익 소리가 나더니 화면에 '잔액 부족'이라는 결제 실패 메시지가 떴다. 33달러. 캐나다 대회의 마지막 근무일 저녁, 다음 교대시간 전에 서둘러 끼니를 때우려 들렀던 식당 계산대 앞에서의 순간이었다.
대회기간 동안 경기장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전용 어플을 사용해야 했는데, 교통카드처럼 미리 충전해 둔 디지털 화폐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 지갑은 심판실에 두고 몸만 가볍게 나온 탓이기도 했지만 마지막 날이라는 걸 방심 했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식사를 포기하거나 심판실까지 다시 뛰어가서 지갑을 가져오면 그만이었다. 큰일도 아니었는데 애꿎은 폰 화면만 들여다보던 그 몇 초의 순간은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수천 명의 관중이나 중계 카메라 앞에서도 찰나의 판정을 내리던 심판이, 고작 33달러의 잔액 부족 앞에서 바보처럼 쩔쩔매고 있던 셈이다.
그때 카운터 너머에서 그런 내 모습을 직관하던(?) 직원이 말을 건넸다. 이십 대 초중반쯤 되었을까, 그날 처음 본 자원봉사자였다.
“You know what? I got you, man.”
그제야 눈이 마주쳤고 나는 반사적으로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 말이 한 번 더 돌아왔다. 같은 문장, 같은 톤으로. 이번엔 단호함보다 배려에 가까운, 마치 나의 처지를 다 이해한다는 눈빛이었다. 그러고는 군더더기 없이 결제는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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