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노동은 종이 한 장으로 시작된다
아침 8시.
코트의 문이 열리기 전, 거대한 천막과 콘크리트 벽 내부에서 인간 부속품들의 기계적인 세팅이 먼저 시작된다. 스포츠의 화려함이 제거된 무대 뒤편은 거대한 임시 수용소에 가까운데, 여기는 바로 그랜드슬램의 꽃인 윔블던의 심판 대기소(Marquee Tent)다.
셀 수 없는 심판들과 볼퍼슨들이 아침 일찍부터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옷이 사람을 지워버리는 것처럼 랄프 로렌이 만든 이 초록색 줄무늬와 짙은 보라색 유니폼들은 개별 인간을 완벽한 규격품으로 통일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도 테니스를 말하지 않지만 그저 시스템이 가동되기를 기다리며 건조하게 시간을 소각하는 모습도 그 통일성에 기인한 건 아닐까?
지하 벙커 같은 폐쇄성. 천장에는 붉은색 소방 배관과 은색 공조 덕트가 날것으로 노출되어 있는 이곳은 아시안게임 오피셜 브리핑룸의 풍경이다. 길게 도열한 흰색 접이식 테이블과 네이비색 셔츠에 연보라색 모자를 눌러쓴 우리 심판들이 공장의 교대 근무자들처럼 빽빽하게 앉아 있고, 치프(chief umpire)가 그날의 프로토콜을 알려준다.
선수의 입장 규정, 토일렛 브레이크 제한 시간, 우천 지연 시의 무전 가이드라인 등등. 영감을 주는 대화나 국가적 자부심보다는 현장 투입 직전에 우리 머릿속에 물류 데이터와 규정을 밀어 넣는 최종 동기화 작업에 가까운 시간들이다.
심판실의 모습도 사실 대회별로 각양각색이다. 각 대회의 레퍼리나 치프(대회운영에 좀 더 관여하는 심판의 역할)에 따라 정돈된 상태, 안내사항의 디테일 등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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