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파이어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근도 하지 않아도 되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다니고, 바카라을 읽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며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온 날, 마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부산에 오픈할 디저트 매장을 찾아다니는 일도 즐거웠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떨어져 있으니 오히려 더 바카라임감이 생겼습니다. 누구도 저를 관리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자는 얼굴만 보고 출근하는 날도 많았는데 이제는 아침을 함께 먹고 등원도 시켜줄 수 있었습니다.평일 낮에 아내와 커피를 마시며 다음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내가 그렇게 바라던 삶이었구나'
그때는 정말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집니다.처음에는 감동이었던 일상이 어느새 당연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유통기한은 딱 한 달이었습니다. 아이와 같이 잔다는 핑계로 아침 8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노트북을 켰습니다. 사업 관련 메일 몇 통 확인하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점심을 먹고 아내와 집안일을 하고 나면 어느새 아이 하원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와 놀이터에 가고, 나들이를 가고, 마트에 갔다가 저녁을 먹으면 하루가 끝났습니다. 겉으로 보면 정말 이상적인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속은 달랐습니다. 부산 매장은 '조금 더 좋은 자리가 나올 것 같다'는 이유로 계속 결정을 미뤘습니다.
서울을 자주 오가야 한다는 핑계로 운동도 그만뒀습니다.
해야할 일이 생기면 입버릇처럼 튀어나왔습니다.
"오후에 하면 되지"
그렇게 미뤄진 일이 저녁이 되고 저녁이 되면
"내일 아침 일찍 하지"
하지만 다음 날도 똑같았습니다.
꼭 해보고 싶었던 글쓰기 강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나의 커리어를 위한 고민.
모든 것이 '언젠가'의 영역으로 밀려났습니다.
예전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아지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국 '오늘은 안 해도 된다'는 핑계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일을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일까?'
사업을 통해 생활비 수준은 들어왔고 자산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분명 예전보다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가난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존감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누가 저를 백수라고 말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스스로가 점점 그런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향을 잃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싫어도 출근해야 했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게 사라지자 저도 함께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파이어 이후의 삶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오직 저만 그것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내에게도 매일 일정 시간만큼은 오롯이 제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시간에는 사업과 글쓰기 관련 일에 집중하고 시간이 남으면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삶은 아주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매일 10시부터 3시까지 같은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했습니다. 매장을 알아보고 거래처에 연락하고 글을 쓰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삶을 바꾸니 계속 미뤄왔던 부산 매장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게 되었고 오픈 준비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카지노와 SNS에 꾸준히 글을 올렸고 그 글을 보고 한 플랫폼에서 먼저 글쓰기 강의를 제안해 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잡지 못할 기회였습니다. 예전보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는 원칙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죄바카라감 없이 가족에게 썼습니다. 가족과 여행을 가고 같이 바카라을 읽고 정기적인 가족 모임도 진행했습니다.
예전에는 '남는 시간에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고 남은 시간을 진짜 삶으로 채운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파이어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돈은 시간을 벌어줄 뿐 삶의 목적까지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정해주던 일정과 목표가 사라지는 순간 스스로 삶을 설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집니다.
파이어 이후 가장 무서운 것은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