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 결심

사직서를 품에 안고.

by필력

매일 고민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그러니까 내가 견딜 수 없는 일 한 가지만 나오면 도망갈 결심을 한다.


취직하기 전에는 그렇게 일하고 싶더니 막상 일을 하고 나니 온통 도망갈 구실을 찾고 있다.


나는 제일 싫어하는 말이 "버텨라, 참아라."이다.


버틸만하면 버텼을 것이고, 참을만하면 참았을 것이다.


그걸 못하니까 자기를 살리려고 도망을 가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것도 모르고 버텨라 참이라 하는 것은 공황이 있는 사람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다.


티브이에서 유튜브의 세상 소식 중에, 학교, 군대, 온라인 게임등의 조직에서 감당 못 할 일을 참다가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예전에는 그런 소식을 접하면 '왜 도망을 안 가고 죽었을까?'안타깝고 안타까웠다.


어떤 힘듦이 자기 소중한 생명을 내던질 만큼 힘들까. 도망가면 되잖아. 그랬다. 이해가 안 됐다.


최근에도 가정이 있는 가장이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부분 착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던 분들이다. 그 전전 선생님들은 앗 뜨거워. 하고 도망을 갔는데 미처 도망을 못 가셨다.


너무 진실되게 하다가 도망갈 힘조차 없어져 버린 걸까 마음이 아프다.


나는 도망갈 것이다.


초장에 도망갈 것이다.


그래도 참아보지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손절할 것이다.


버티다가 죽으면 어떡할 건데?


도망가도 괜찮다.


도망은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거듭 말하지만 버틸 수 있으면 버텼을 것이고 참을만하면 참아졌을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치가 다르다.


도망은 찌질함도 아니고, 미완성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사직서를 품에 안고, 두 다리는 출근을 한다.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공황과 평화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