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픈 사람

약을 바꾸고

by필력

나는 아픈 사람이라는 인정. 사실 그게 제일 안 됐다.


어찌 됐든 사지육신 멀쩡하니 약을 꾸준히 먹는 것도 잘 되지 않는다.


어디 자랑할 일도 아니고,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좋아질 줄 알았다.


근데 약을 바꾸고 알았다.


'이게 되네?'


사람들에게 신경 끄고 사는 일 말이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더니 된다.


약을 먹고 약간의 무기력과 힘듦이 있어서인지 다른 사람을 볼 여력이 안된다.


다른 사람을 안 보니 뱃속이 아주 편하다.


뱃속이 편하니 저절로 하루하루 근무하고 있다.


이게 병이었는데,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인정이 어려웠다.


그동안은 연약한 모습의 내가 못마땅했을까?


살면서 나는 강해야만 된다는 생각으로 약한모습을 인정하기 어려웠을까?


약을 먹고 힘이 빠지니 무념무상의 하루하루가 된다.


열개의 스위치 중에 꼭 필요한 한 두 개만 켜진 느낌이다.


약을 먹기 전에는 열개의 스위치가 모두 켜져 있었다는 뜻이다.


약의 도움으로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오케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한다.


'아, 나는 아픈 사람이구나.'


어쩔 수가 없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트라우마로 인해 얇디얇은 정신이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만 한다.


사람들이 하는 상처되는 말들이 두 배 세배가 돼서 가시에 콕콕 박히는 몸뚱이가 된 걸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못된 줄 알았다.


결국에는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인정'이 가장 어려웠다.


약을 먹고 알았다.


'이게 되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덜 받는 것 말이다.


절대 노력해도 안되던 것이 약을 먹고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 나는 아픈 사람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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