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트랙
박 대리는 화단 턱에 엉덩이를 걸쳤다.
앉았다고 하기에는 반쯤 걸쳐 있었고 서 있다고 하기에는 두 다리에 힘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 거래처 부장에게 허리를 굽혀가며 웃었다.
“부장님, 오늘은 제가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폭탄주가 세 잔 째 넘어갔을 때부터는 몇 잔을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맥주 거품이 넘치는 잔에 소주잔이 퐁당 빠질 때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박 대리도 따라 웃었다.
마지막에는 누가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박 대리, 역시 영업은 체력이야.”
지금 그의 체력은 화단 턱 하나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
고개를 숙이자 속이 울렁거렸다.
넥타이는 진작 풀어헤쳤고 셔츠 단추도 하나 풀려 있었다. 그는 입 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손을 뒤로 짚으려는데 차가운 것이 손바닥에 닿았다.
“뭐야.”
은색 워크맨 하나가 화단 턱에 놓여 있었다. 이어폰 줄이 화분 사이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표면은 잔뜩 긁혀 있었고 투명한 창 안으로 카세트테이프가 보였다. 박 대리는 워크맨을 집어 들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걸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 싶었다.
술만 아니었으면 그대로 두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취하면 평소에는 하지 않을 짓을 한다. 박 대리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박 대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 이 노래.”
웃음이 먼저 나왔다.
“참나.”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른 게 언제였더라. 생각할 것도 없었다. 결혼식 날이었다. 정확히는 결혼식 이틀 전 친구들과 갔던 노래방이었다. 박 대리는 결혼식에서 아내에게 직접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겁이 났다.
친구 셋을 노래방으로 불렀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시작하자 친구들이 야유했다.
“야, 그걸로 결혼하겠다고?”
“재수 씨 다시 생각해야겠다.”
박 대리는 리모컨을 집어던졌다.
“조용히 해. 연습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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