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감기 된 계절들 5화

두 번째 트랙

by바카라방별곡

면접실을 나오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밖으로 나오니 늦은 오후의 역삼동은 여전히 바빴다. 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사원증을 목에 건 채 빠르게 걸었다. 그들 사이에서 지수만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
구두 뒤축에 까진 살갗이 걸을 때마다 따끔거렸다. 역삼역 입구까지 내려왔지만 곧장 지하철을 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수는 역 근처 작은 공원으로 들어갔다. 회색 빌딩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공원이었다. 자동차 경적 소리와 공사장 소음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벤치 옆 화단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나무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지수는 가장 구석진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동안 휴대전화만 내려다보았다. 면접이 끝나면 연락하라던 엄마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 떨지 말고 잘하고 와.


지수는 답장을 쓰지 못했다. ‘망쳤어’라고 쓰려다 지웠다. ‘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라고 썼다가 다시 지웠다. 결국 화면을 껐다.
고시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을 때도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 젊으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지수는 알고 있었다. 딸이 잠든 줄 알고 거실에서 한숨을 쉬던 엄마를. 친척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지수는 요즘 취업 준비해요”라고 애써 밝게 말하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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