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붕어빵인 이유
화창한 주말 피크닉장. 돗자리를 펴고 앉아 평화롭게 사과를 베어 물려던 참이었습니다.
다섯 살 딸내미가 잔디밭에서 민들레 홀씨를 꺾어 오더니, 제 얼굴과 남편 얼굴에 대고 볼이 빵빵해지도록
바람을 불었습니다. 하얀 솜털들이 저희 입과 코로 골고루 날아 들어왔죠.
"엄마! 민들레 씨앗은 바람 타고 어디로 가서 뭐가 돼?"
순간 제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습니다. ‘아, 한강대교 핑계를 댔던 지난번의 망신을 씻을 기회야!’
저는 코에 묻은 솜털을 털어내고, 손에 쥐고 있던 사과 조각을 들며 세상 담담하고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사과 씨앗을 심으면 사과가 열리고, 민들레 씨앗이 날아가면 민들레가 피어나지? 그것처럼 아기도
'엄마 씨앗 1개'랑 '아빠 씨앗 1개'가 딱 만나서 태어나는 거야!"
갑작스러운 생물학 수업에 아이는 사과를 우물거리며 초롱초롱하게 집중했습니다.
"엄마 씨앗 하나, 아빠 씨앗 하나가 사이좋게 짝을 이루면 드디어 세상에 하나뿐인 예쁜 아기 씨앗이 완성되는 거야. 그래서 우리 딸 얼굴을 보면 엄마도 닮았고 아빠도 닮은 거지!"
설명을 들은 아이는 부끄러워하긴커녕, 무릎을 탁 치며 너무나 담백하게 한 마디를 툭 뱉었습니다.
"아하! 엄마 씨앗 반, 아빠 씨앗 반이 섞여서 내가 된 거네? 아빠는 그것도 몰라?"
옆에서 사이다를 마시던 남편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렸습니다. 한강대교 타령을 했던 자신이
민망했는지 사이다를 컥컥 뿜어내며 소리쳤죠.
"아, 아냐! 아빠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
그나저나... 아이가 그 다음 질문으로 "그럼 엄마 씨앗이랑 아빠 씨앗은 어디로 만나는데?" 하고 물어올 줄은, 남편도 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두 번째 대혼란이 시작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