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디서 났어?" 식은땀 뻘뻘 잔혹사

올 것이 왔다

bymomo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거실 소파에 누워 멍하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중이었다. 아이가 블록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 말고 뜬금없이 다가와 무릎을 툭 쳤다.

"엄마. 나는 어디서 났어?"


순간, 거실의 공기가 섭씨 몇 도는 치솟은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올 것이 왔다. 올 것이 올 줄은 알았지만, 오늘 이 시간일 줄은 몰랐다.

우리는 대한민국 표준 교육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시험을 치르고, 슬롯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어른들이다. 기획서도 잘 쓰고, 엑셀 함수도 칼같이 다루며, 회사에서 눈치 100단으로 살아남은 프로 온라인 게임인들이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드는 질문이 있다면 단연코 이 다섯 글자다.


“나, 어디서 났어?”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최대한 온화하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보려 했지만, 이미 내 입꼬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응? 그게… 음… 너는 말이야…"

여기서부터 부모들의 처절한 표류기가 시작된다. 옛날 어른들이 하던 대로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라고 농담을 던지자니, 요즘 아이들의 눈빛은 생각보다 너무 진지하고 날카롭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붙잡고 수정란과 자궁의 신비를 생물학적으로 한 호흡에 읊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입은 굳어버리고, 머릿속은 백지장이 된다.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켜서 '아이 성교육 첫 질문 대처법'을 검색해보려 하지만, 화면을 보는 내 손끝에는 이미 식은땀이 흥건하다.


우리는 왜 이 사소한 질문 앞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처럼 굳어버리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슬롯에서도 성(性)은 늘 '쉬쉬'하며 감추어야 할 은밀한 영역이었다. 어른들이 피하기만 하니, 우리 역시 아이에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그 문법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동안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렸다. 우리가 부끄러워서 덮어두고 미루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켜고 자극적인 알고리즘 속에서 성을 먼저 배워나가고 있다. 거실 소파에서 쩔쩔매는 어른들의 모습은 아이에게 "이건 어른들에게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것이구나"라는 잘못된 신호만 심어줄 뿐이다.


첫 질문은 시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 질문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아이가 나중에 진짜 고민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아니면 아예 문을 닫아버릴지가 결정된다.


식은땀을 흘리며 얼버무리던 그날의 기억, 그리고 교실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아찔한 현실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완벽한 이론가는 못 될지언정, 최소한 아이의 첫 질문에 도망치지 않는 어른이 되는 법을 이제부터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우당탕탕 좌충우돌 겪어내야 하겠지만, 당황스러운 순간마다 길을 헤매는 어른들과 아이들을 위한 진짜 생존기를 시작한다.





Gemini_Generated_Image_2ioc12ioc12ioc12.png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