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맛있게 끓인 된장찌개를 막 한 숟가락 뜨려던 참이었습니다.
다섯 살짜리 딸내미가 계란말이를 씹다 말고, 너무나 해맑고 담담한 표정으로 남편을 향해 툭 던졌습니다.
"아빠,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그 순간, 우리 집 거실에는 0.1초 만에 적막이 흘렀습니다. 정적이 얼마나 깊었던지 보글보글 끓던 된장찌개 소리마저 뚝 끊긴 것 같았죠. 남편은 숟가락을 쥔 채 얼음이 되었고, 맞은편에 있던 저는 밥을 씹다 말고 사래가 들려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습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남편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격렬하게 흔들렸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정자, 난자, 자궁... 수많은 단어가 스쳐 지나갔겠지만, 도무지 다섯 살 아이 눈높이에 맞춰 입 밖으로 낼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멘붕이 온 남편의 입에서는 30년 전 시어머니가 쓰시던 고전 거짓말들이 짬뽕이 되어 횡설수설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 어? 아, 그거! 엄마 아빠가... 한강대교 밑으로 산바카라을 갔는데 말이지? 거기 황새가... 아니, 배송 기사님이 택배 상자를 놓고 가셔서... 양배추 밭 뒤에서 널 주웠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대하소설 한 편을 쓰고 있는 남편을, 아이는 마치 '이 어른 또 이상한 소리 하네'라는 눈빛으로 한참 동안 차갑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쿨하게 방으로 들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자연관찰 동화바카라 한 권을 딱 들고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아빠 거짓말쟁이! 유치원 선생님이 아기 곰은 엄마 배 속의 따뜻한 집에서 자란 다음에 나오는 거랬어. 아빠는 그것도 몰라?" 아이는 묵직한 팩트 폭격을 날리고는 쿨하게 다시 계란말이를 먹기 시작했고, 테이블에 남겨진 남편과 저는 식은땀 범벅이 된 채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고 거실에 둘이 앉아 맥주캔을 따며 진지하게 돌이켜보았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그 쉬운 한마디를 못 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한강대교와 황새까지 불러냈던 걸까요? 어른인 우리가 먼저 '성'이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부끄러움과 음침한 이미지에 갇혀 혼자 뇌 정지가 와버린 것이죠.
'어? 엄마 아빠가 왜 저렇게 당황하지? 내가 태어난 건 말하면 안 되는 부끄러운 건가?' 하고 성에 대해 이상한 오해와 은밀한 경계심을 갖게 될까 봐 결심합니다. 어설픈 거짓말 대신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직하고 담백하게 대답해 주기로 굳게 다짐한 것이죠.
"순간 당황해서 건넨 귀여운 핑계가 있으신가요? 식은땀 흘렸던 여러분의 우당탕탕 경험담을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