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투자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by모모어린


잠들기 전,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지금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10년으로 돌아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비트코인을 산다. 2015년으로 돌아가 게임용 그래픽 카드나 만들던 회사의 주식을 산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 끝자락,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빈 땅을 산다. 훗날 그곳에 새 도시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다린다. 머릿속에서 계좌의 숫자가 불어난다. 상상은 즐겁다. 그런데 곧 이상한 고민이 시작된다. 정말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상상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역사가 보여 준다.


1976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 남자가 컴퓨터 회사를 세운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두 젊은이보다 스무 살 가까이 많은 로널드 웨인. 웨인은 회사 지분 10퍼센트를 받았다. 그는 회사의 첫 로고를 직접 그렸고, 계약서를 썼다. 그러나 2주 만에 그는 겁이 났다. 회사가 빚을 지면 재산이 있는 자신이 모든 바카라임을 떠안게 될 것 같았다. 그는 지분을 800달러에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이름은 애플이었다. 그 10퍼센트는 오늘날 수천억 달러의 가치가 된다.


2010년 5월, 미국 플로리다의 프로그래머 라슬로 핸예츠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자신이 가진 비트코인 1만 개와 피자 두 판을 바꿀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응했고, 그는 피자 두 판을 받았다. 그것이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산 최초의 거래였다. 그 비트코인 1만 개는 시세에 따라 수억 달러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돈이 되었다. 세계 곳곳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지금도 해마다 5월 22일을 〈비트코인 피자 데이〉로 기념한다.


1979년, 홍콩 바로 건너편 중국의 바닷가에는 고기잡이배와 논밭이 펼쳐진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듬해 중국 정부는 이곳을 경제 특구로 지정하고 바깥 세상에 문을 연다. 1987년 12월, 이 도시는 공산 정권이 들어선 뒤 중국에서 처음으로 땅의 사용권을 경매에 부쳤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손을 들었다. 그 뒤 40년 동안 공장과 빌딩이 들어섰고, 수만 명이 살던 어촌은 천7백만 명이 넘게 사는 거대 도시가 되었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본사를 세운 이 도시의 이름은 선전이다. 첫 경매에서 땅을 산 사람들이 그 뒤에 무엇을 보았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그렇다면 정말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질문과 씨름해 왔다. 가장 유명한 것은 〈할아버지 역설〉이다. 과거로 돌아가 내가 태어나기 전의 할아버지를 막으면, 나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과거로 돌아갈 나도 없다. 그러면 할아버지를 막을 사람도 없다. 이야기는 끝없이 꼬인다. 러시아의 물리학자 이고리 노비코프는 이렇게 답했다. 과거로 갈 수 있다 해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시간 여행자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이미 일어난 역사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반대의 상상을 했다. 그의 단편 소설에서 공룡 사냥을 하러 과거로 간 남자가 실수로 나비 한 마리를 밟는다. 현재로 돌아오자 세상이 미묘하게 달라져 있다. 선거에서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있었다. 작은 날갯짓 하나가 역사를 뒤집는다는 이 이야기는 훗날 〈나비 효과〉라는 말과 함께 널리 알려졌다.


2009년 6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작은 파티를 연다. 샴페인과 풍선, 카나페가 준비되었다. 그런데 초대장은 파티가 끝난 뒤에야 발송되었다. 시간 여행자만 올 수 있는 파티였다. 호킹은 홀로 앉아 기다렸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호킹은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실험적 증거라고.


그러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해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우리는 정말로 기다릴 수 있을까.


비트코인이 열 배 올랐을 때 팔지 않을 수 있을까. 백 배 올랐을 때는. 1972년, 미국의 심리학자 바루크 피시호프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람들에게 여러 일이 일어날 확률을 예측하게 했다. 방문이 끝난 뒤 다시 물었다. 당신은 처음에 어떻게 예측했었나요. 사람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처음부터 높은 확률을 매겼다고 기억했다. 일이 벌어지고 나면 인간은 자기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믿는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절반은, 사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것에 대한 후회다.


로널드 웨인은 지금도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피자 두 판을 산 핸예츠도 그날의 거래를 자랑스러워한다. 그 덕분에 비트코인이 진짜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이 처음 보았으니까.


과거로 돌아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그런데 그 고민을 오래 하다 보면 하나의 사실에 닿는다. 10년 뒤의 나도,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리며 같은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시간 여행자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하는 과거는,

언제나 오늘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19화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