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1961년, 이탈리아의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는 작은 통조림 90개를 만든다. 깡통에는 이런 상표가 붙어 있었다. 〈예술가의 똥〉. 그는 이 통조림을 그날의 금 시세에 맞춰, 똑같은 무게의 금값으로 팔았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리고 수십 년 뒤, 이 통조림 하나는 경매에서 수억 원에 팔렸다. 깡통 안에 정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열어 보는 순간 작품의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름이 있으면 똥도 예술이 된다.
그렇다면 이름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1890년 7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오베르쉬르우아즈. 한 네덜란드 화가가 서른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10년 동안 그림을 그렸고, 9백 점이 넘는 유화를 남겼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팔린 그림은 거의 없었다. 그는 평생 동생 테오가 보내 주는 돈으로 물감과 빵을 샀다. 그가 동생에게 쓴 편지들에는 그림에 대한 열정과 함께, 자신이 짐이 된다는 미안함이 가득하다.
그 화가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다. 오늘날 그의 그림 한 점은 수천억 원에 팔린다. 그가 죽은 뒤 그림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붓 자국 하나, 색 하나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이름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은 테오의 아내 요하나였다. 남편마저 잃은 그녀는 시아주버니의 그림과 편지를 끌어안고 수십 년 동안 전시회를 열고, 편지를 바카라으로 펴냈다. 고흐의 그림은 고흐가 아니라 한 여인의 고집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지는 않는다.
1970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스는 첫 앨범을 낸다. 평론가들은 그를 밥 딜런에 견주었다. 그러나 앨범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두 번째 앨범도 마찬가지였다. 음반사는 그와의 계약을 끝냈고, 로드리게스는 공사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낡은 집을 허물고, 벽을 고치고, 바닥을 닦으며 살았다.
그가 몰랐던 일이 있었다.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누군가 그의 앨범을 가져갔다. 앨범은 복사되고 또 복사되었다. 인종 차별 정바카라 아래 숨 막히던 젊은이들에게 그의 노래는 저항의 노래가 되었다. 그곳에서 로드리게스는 엘비스보다 유명했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그가 무대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믿었다.
1990년대 말, 남아프리카의 두 팬이 진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찾아낸 것은 살아 있는 로드리게스였다. 그는 여전히 디트로이트의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1998년, 그는 남아프리카로 날아가 수천 명의 관객 앞에 선다. 관객들은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으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을 받는다.
그런데 그 뒤가 더 놀랍다. 로드리게스는 디트로이트로 돌아갔다. 같은 낡은 집에서 살았고, 공연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유명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세상이 그를 알아보든 말든, 그는 처음부터 완전한 음악가였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는 두 형제가 나온다. 부모가 헤어지면서 형은 엄마와 함께 가고시마에, 동생은 아빠와 함께 후쿠오카에 산다. 아빠는 인디 밴드에서 기타를 친다.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음악이다. 동생은 형에게 묻는다.
“근데 형, 인디 음악이 뭐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음악”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돈다. 새로 개통하는 고속 열차 두 대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형제는 친구들과 함께 몰래 길을 떠난다. 그리고 열차가 스쳐 지나가는 언덕 위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목청껏 외친다.
형은 가족이 다시 함께 살게 해 달라고 빌기 위해 마침내, 그곳까지 왔다. 그러나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 그는 아무것도 외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형은 동생에게 말한다.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하기로 했어.”
그는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선택한다.
형이 버린 것은 가족이 아니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을 되돌리려는 마음이었다. 그 여행에서 형은 깨닫는다. 엄마가 차려 주는 밥, 할아버지가 만드는 과자, 함께 길을 떠난 친구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자신을 형이라 부르는 동생. 그가 바라던 기적은 이미 그의 곁에 있었다. 소원을 빌지 않은 것은 포기가 아니었다. 지금 손에 쥔 것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본 것이었다.
로드리게스도 같은 선택을 했다. 그는 세상이 내미는 이름을 받았지만, 그 이름으로 삶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이미 무엇이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낡은 집, 가족, 그리고 아무도 듣지 않아도 부르던 노래.
세상은 유명한 것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림은 팔리지 않고, 대부분의 노래는 불리지 않으며, 대부분의 밴드는 작은 무대에서 끝난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덜 진짜인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림은 한 사람의 고집으로 살아남고, 어떤 노래는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를 살게 한다. 그리고 어떤 음악은, 그저 그 음악을 사랑하는 한 아이의 소원 속에 남는다.
이름값은 세상이 매긴다.
그러나 가치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