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력서를 쓰는 사람의 마음

지나온 나를 다시 읽고, 지금의 나에게 기회를 주는 일

by민힐러

오랜만에 이력서 파일을 다시 열었다. 파일 이름에는 몇 년 전 날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면에는 회사 이름과 근무 기간, 내가 맡았던 일들이 반듯한 글씨로 줄을 맞추고 있었다.


분명 내가 살아온 시간인데 조금 낯설었다. 오래전 누군가의 기록을 읽는 것처럼 한 줄씩 내려가며 바라봤다.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었다.


어떤 문장을 남기고 어떤 문장을 지워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에는 중요했던 경험이 지금도 의미가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오래된 경력을 쓰면 오히려 뒤처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채용 공고 창과 이력서 창을 나란히 띄워놓았다. 공고에 적힌 단어를 읽고 내 경력을 다시 읽었다. 필요한 사람의 모습과 지금의 나 사이에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이 경험은 해당될까?

이건 너무 오래전 일 아닐까?

이 정도를 경력이라고 내세워도 될까?




문장을 고치는 시간보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력서를 쓰는 일은 단순히 내가 해온 일을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평가받기 위해 바카라상 위에 꺼내놓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경력을 적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어느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쓰고, 맡았던 업무와 프로젝트를 정리하면 됐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이 어느 정도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지금은 조금 달랐다. 오래 해온 일도 있었고 새롭게 해본 일도 있었다. 서로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경험을 하나의 사람 안에서 설명해야 했다.


한때는 회사에서 기술과 시스템을 다루는 일을 했다. 정해진 일정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사람과 조율하며 일을 끝내야 했다. 당시에는 그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일을 해보면서야 알았다. 그 경험 속에는 기술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문제를 정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복잡한 일을 순서대로 풀어가는 힘도 함께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력서를 쓸 때면 그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하지 못한 일은 크게 보였지만, 오랫동안 해낸 일은 너무 익숙해서 작게 느껴졌다. 잘하는 것은 원래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겼다.


나는 자꾸 부족한 것부터 찾았다. 최근 경력이 부족하고, 새로운 분야의 경험이 많지 않고, 지금 요구하는 기술과 거리가 있는 부분도 보였다. 하나를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작은 감점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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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글과 기록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을 탐구하는 민힐러입니다. 감성 콘텐츠와 퍼스널 브랜딩을 다루며, 진심 어린 문장으로 삶을 치유하는 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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