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서툰 나에게도 익숙해질 시간을 주기로 했다

by민힐러

처음 해보는 일을 앞두면 나는 이상할 만큼 긴장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내가 모르는 것이 들킬까 봐 걱정부터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능숙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던 어느 날도 그랬다. 화면에는 처음 보는 메뉴와 기능들이 가득했고, 설명을 한 번 읽어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몇 번을 따라 해도 생각한 대로 되지 않자 금세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 어떡하지. 아직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처음이니까 당연하다고 말해줬을 텐데, 나에게는 이상하게 그 말을 해주지 못했다.


예전부터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결과를 너무 빨리 보고 싶어 했다. 배우는 시간은 짧았으면 좋겠고,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처음부터 제법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이라는 자리는 늘 불편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질문해야 할 것도 많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서툰 모습을 계속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 자체를 견디는 일이 쉽지 않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 마음은 더 커졌다. 이제는 어느 정도 능숙해야 할 것 같았고, 무언가를 처음 배우며 헤매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나이에 이것도 모르나 하는 말을 누가 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나에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도 처음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처음인데 처음이 아닌 사람처럼 잘하고 싶었다.


처음 강의를 준비했을 때도 비슷했다. 자료를 만들면서 같은 페이지를 여러 번 고쳤고, 설명할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준비를 많이 하면 긴장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준비할수록 부족한 것들이 더 많이 보였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아는 것을 설명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누군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설명을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준비보다 걱정에 더 많은 마음을 쓰는 날도 있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까지도 마음속으로 여러 번 물었다. 내가 정말 누군가를 가르쳐도 되는 사람일까.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도 많은데 내가 앞에 서도 괜찮을까.


그날의 나는 완벽한 강사가 아니었다. 설명하다가 준비했던 순서를 잠깐 잊기도 했고, 예상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매끄럽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의는 끝났다. 사람들은 내가 준비한 내용을 들었고, 질문을 했고, 나는 아는 만큼 답했다. 모르는 것은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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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글과 기록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을 탐구하는 민힐러입니다. 감성 콘텐츠와 퍼스널 브랜딩을 다루며, 진심 어린 문장으로 삶을 치유하는 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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