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도 다시 찾아보는 사람이 되었다
메일함에 새로운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며칠 전 지원했던 회사에서 온 메일이었다. 제목만 보고도 어느 정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첫 문장을 읽고, 그다음 문장을 천천히 내려갔다.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짧은 메일이었고 읽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마음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데에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화면을 그대로 둔 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원할 때도 경쟁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결과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아마 마음 한쪽에서는 ‘혹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해온 경험과 잘 맞는다고 느꼈던 자리라면 기대는 조금 더 커졌다. 공고를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그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렸고, 지원서를 보내고 난 뒤에도 몇 번씩 결과를 기다렸다. 그래서 불합격이라는 한 문장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상하게도 한 곳에서 불합격하면 그 회사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떨어졌던 곳들이 줄줄이 떠올랐고, 예전에 받았던 불합격 메일까지 한꺼번에 다시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결국 질문은 회사가 아니라 나를 향했다. 내가 부족한 걸까, 경력이 애매한 걸까, 지금 다시 취업하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걸까.
한 번의 불합격이 어느새 내 전체를 평가하는 결과처럼 느껴졌다. 이번 회사와 맞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내가 어디에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쪽으로 마음이 쉽게 흘러갔다. 지원할 때는 나름대로 자신 있게 적었던 경력도 갑자기 초라해 보였고, 자기소개서에 써놓은 장점마저 괜히 과장한 것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의 나는 분명 내 안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 하나를 받고 나니 부족한 부분만 눈에 들어왔다. ‘역시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은 참 빠르게 찾아왔다. 한 번의 결과가 지나온 시간 전체를 설명해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시기에는 불합격이 조금 더 크게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고 비교적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한 번 떨어질 때마다 시간도 함께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몇 주가 지나겠구나, 다시 공고를 찾고 처음부터 지원서를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따라왔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건 어쩌면 기다리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지원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고치고 준비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하지만 제출한 뒤부터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메일함을 확인하고,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고, 혹시 연락이 오지 않았는지 휴대폰을 보는 일이 전부인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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