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는 생각은 나를 자꾸 작게 만들었다

늦었다는 마음보다 하고 싶은 마음을 믿기로 했다

by민힐러

새로운 공고를 볼 때마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업무 내용이 아니었다. 나는 자꾸 지원 자격과 경력 연차부터 살폈다. 몇 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한지, 내가 그 기준에 들어갈 수 있을지부터 따졌다.


예전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먼저 찾고 있었다. 공고를 읽다가도 마음속에서는 비슷한 생각이 반복됐다. 이제 와서 이걸 시작해도 될까.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다시 처음부터 배울 수 있을까. 아직 지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누가 나를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먼저 나를 탈락시키고 있었다. 그럴 때면 이력서에 적힌 긴 경력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해온 일보다 지금 부족한 것들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익숙했던 경험들은 오래된 것처럼 보였고, 새롭게 배우지 못한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나는 여러 일을 해냈고, 낯선 환경에도 적응했고, 처음 맡는 업무도 배워가며 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시작 앞에서는 자꾸 내가 작아졌다.


늦었다는 생각은 내 행동보다 먼저 마음을 움츠러들게 했다. 예전에는 잘 모르는 일이 생기면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도 하나씩 익히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졌다. 지금 시작해서 언제 익숙해지지, 언제 성과를 내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쳤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보다 그걸 배우는 데 걸릴 시간이 먼저 보였다. 나이는 어느새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기준이 되어 있었다. 몇 살이니까 이 정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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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글과 기록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을 탐구하는 민힐러입니다. 감성 콘텐츠와 퍼스널 브랜딩을 다루며, 진심 어린 문장으로 삶을 치유하는 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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