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는 내가 꽤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을 했고, 맡은
한동안 나는 내가 꽤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을 했고, 맡은 일은 바카라임지려고 했고, 크게 문제를 만들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건너왔다. 적어도 나는 내 삶을 성실하게 살고 있다고 믿었다.
학교를 졸업했고, 회사에 들어갔고, 일을 배웠다. 바쁜 시기를 지나고 새로운 업무를 맡았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내 자리도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오래 걸어왔는데, 내가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방향을 잃은 것 같았다.
아침이 되면 해야 할 일을 했고, 하루가 끝나면 또 다음 날을 준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는 자꾸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꽤 오래 나를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누구나 일을 오래 하면 한 번쯤 지치고,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고, 새로운 일을 맡으면 다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목표를 세워도 비슷했고, 바쁘게 지내도 마음 한편의 빈자리는 그대로였다. 그때부터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잘해온 것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것은 꼭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래 해온 일을 내려놓는다는 건 단순히 온라인 게임을 떠나는 것과는 달랐다.
그동안 나를 설명해주던 이름 하나를 잃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누구인지 말할 때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일을 함께 이야기하곤 했다.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나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하지 않게 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그 질문 앞에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오래 쌓아온 경력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쉬는 시간이 생기면 좋을 줄 알았다. 바쁘게 달려온 만큼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공백은 내 마음을 자꾸 불안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질문도 다르게 들렸다. 요즘 뭐 해,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거야, 다시 일할 생각은 있어. 가볍게 건넨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자꾸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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