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격려가 필요하다

오늘, 마음이 쉬어갑니다

by심월


그림바카라명상 수업에서 종종 자기 격려 명상을 하곤 한다. 서른 가지쯤 되는 격려 메시지를 펼쳐놓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을 고르게 한다. 처음에는 다섯 개를 고르고, 다시 세 개로 줄이고, 마지막에는 단 하나의 문장만 남긴다.


여러 문장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좋은 말과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은 다를 때가 있으니까. 오래 망설인 끝에 고른 문장은 대개 그 사람이 지금껏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문장을 고른 뒤에는 눈을 감고 한 손을 가슴에 얹는다. 그리고 자신이 고른 말을 자기 이름을 부르듯 천천히 속삭인다. 명상을 마친 뒤에는 애써 무엇을 느끼려 하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보도록 한다.


한 번은 명상을 마치고 소회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분이 자신이 고른 문장을 들려준 적이 있다. “정말 고마워.” 그분은 그 말을 자신에게 해본 적이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고맙다는 말은 늘 다른 사람에게 건넸지만, 정작 오랜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자신에게는 한 번도 들려주지 못했다며 눈물을 떨구었다.


우리는 자신을 다그치는 말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을 격려하는 말에는 얼마나 서툰가.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잘못을 꾸짖는 데에는 빠르지만, 오늘까지 살아온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일에는 인색하다.


자기 격려는 무조건 잘하고 있다고 믿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힘들어하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마음을 건네는 일에 가깝다.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믿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마음이 가라앉거나 삶의 방향을 잃은 날에는 그런 한마디가 필요하다.


피터 레이놀즈가 글과 그림을 그린 그림바카라 《시작해 봐! 너답게》는 어린이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네는 바카라이다. 작가는 모든 사람은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다며, 어디에 있든 지금처럼 자신답게 살아가라고 응원한다.


그는 바카라 속 아이에게 호기심을 품고 새로운 길을 탐험하라고 한다.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주는 친구를 만나고, 남과 다르더라도 자기만의 색깔을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권한다.


또 다른 사람의 삶에도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일 앞에서는 용기를 내어 뛰어들라고 말한다. 혼자 생각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되, 때로는 조용히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나다운 모습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라고도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손을 내밀어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그림바카라이니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이지만, 바카라장을 넘기다 보면 어른인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많다. 내 마음에 머문 문장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나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친구들과 함께하라는 말이었다. 살다 보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과도 어울려야 할 때가 있다. 자꾸 나를 설명해야 하고,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애써야 하는 관계도 있다.


그런 관계를 모두 피하며 살 수는 없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편이 낫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편안하고, 침묵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좋은 관계란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자기 모습으로 살아갈 자리를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가끔은 혼자라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다른 사람의 말과 표정,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 반응하며 하루를 보낸다.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할 때가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 단절하는 시간이 아니다.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내 안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하루의 소음이 잦아든 뒤에야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무엇 앞에서 자꾸 마음이 작아지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세 번째는 나다운 모습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자주 남보다 늦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이미 길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아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날이 있다. 그럴 때 마음은 조급해지고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과 속도, 온도가 있다. 나다움 역시 서둘러 완성할 수 있는 답은 아닐 테다. 살아가며 선택하고 실패하고 다시 마음을 돌이키는 동안 조금씩 드러나는 얼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때로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인내란 이를 악물고 버티는 일만이 아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를 함부로 재촉하지 않고, 자신의 때를 믿어주는 마음이기도 하다.


나태주 시인은 〈너를 아껴라〉에서 이렇게 말한다.


해와 달이 하나이듯이

세상에 너는 너 하나

너 이전에도 너는 없었고

너 이후에도 너는 없을

너는 너 하나


이어서 시인은 많은 꽃과 나무 가운데 똑같은 꽃과 나무가 하나도 없듯,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나 역시 하나뿐인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장점과 승리만이 아니라 결점과 좌절까지도 아끼라고 한다.


우리가 아껴야 할 것은 잘 해낸 나만이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아 낙심한 나, 잘못된 선택 앞에서 후회하는 나, 아직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서성이는 나도 함께 아껴야 한다. 그것들은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삶의 한 부분이니까.


물론 부족한 점은 돌아보고 고쳐가야 하지만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기 존재까지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자신을 아끼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아낀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잘했다고 감싸는 일이라기보다는 잘못을 돌아보면서도 자신까지 미워하지 않는 일일 터이다.


하루하루는 더욱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피터 레이놀즈는 작가 후기에서 말한다. 자신답게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고마워.”

“그동안 애썼어.”

“넌 존재 자체로 충분해.”


오늘은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말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작은 명상]

오늘은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내게 필요한 격려 한마디를 들려준다.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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