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이 쉬어 갑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이 됩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말이 이상하게 꼬이고, 자연스러운 웃음도 어색해집니다. 다정하게 보이고 싶고,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자꾸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우리는 또 누군가에게 마음이 갈수록 자주 자신을 살피곤 하지요. 그 살핌이 때로는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나를 감추고 고치는 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림바카라 《날아라, 미스터 타이거》의 미스터 타이거는 레슬링 선수입니다. 링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합니다. 칼바람 펀치, 가위킥, 그리고 가장 멋진 기술인 타이거 불꽃 점프까지. 링 위에서 그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입니다.
하지만 링 밖에서는 다릅니다. 친구라곤 강아지 삐삐뿐입니다. 또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무례하게 굴어도 맞서지 못하고 그냥 참을 때가 많습니다. 경기장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 타이거는 릴리를 만납니다. 한눈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말을 걸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릴리 앞에만 서면 다리가 젤리처럼 흐물거리고, 머릿속은 하얘집니다.
릴리를 본 이후 미스터 타이거는 예전처럼 링 위에서 힘을 쓰지 못합니다. 늘 멍하니 정신이 딴 데 가 있고, 주먹은 약해지고, 더 이상 불꽃처럼 날아오르지도 못합니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경기장에 릴리를 초대해 보라고 권하지만, 릴리가 싫어해서 도망가면 어떻게 하냐며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말합니다.
“릴리가 널 좋아하게 하려고 너 자신을 바꿀 수는 없어. 넌 링 위에서 날아올라야 해.”
친구의 말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라는 요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빛을 더 잘 살리는 힘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우리도 종종 경험하듯이, 누군가의 마음에 들려고 자신을 줄이고 감출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얻은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심지어 나를 살리기보다 자꾸 긴장하게 만듭니다.
박용재 시인의 시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시인은 사랑이 삶을 넓히고 깊게 한다고 말합니다. 꽃을 사랑한 만큼, 새를 사랑한 만큼, 나무와 태양과 낮달과 별을 사랑한 만큼, 그리고 사람을 사랑한 만큼 우리는 더 깊이 살아갈 수 있다고 노래하지요.
미스터 타이거 역시 릴리를 좋아하면서 그의 삶은 링 밖으로 넓어집니다. 레슬링 경기장 안에서만 강했던 그는 이제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세계 앞에 섭니다. 사랑은 그를 흔들리게 하지만, 동시에 더 넓은 삶의 장으로 불러냅니다.
그림바카라에 글을 쓴 다비드 칼리는 이 바카라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한 이들”에게 바칩니다. 어쩌면 우리 안에도 미스터 타이거가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날아오르고 싶지만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 자꾸 움츠러들고, 사랑받고 싶어서 오히려 자기 빛을 접어두는 마음 말입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고 했습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작아지지 않게 하고, 조금 더 우리답게 살 수 있게 한다면 좋겠습니다.
[작은 명상]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봅니다.
누구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를 접어본 적 있나요.
오늘은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나답게 서봅니다.
나의 자리에서 조용히 날아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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