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이 쉬어 갑니다
우리는 누군가 먼저 연락해 주기를 기다릴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특별한 날을 기억해 주리라 믿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나를 챙겨주기를 기대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상대와 함께 나눈 약속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혼자 만들어놓은 약속일 때가 많습니다.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는 혼자 기다리다 상처를 받곤 하지요.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해보았을 겁니다. 기다렸는데 상대는 모르고 지나친 날.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닫아버린 날 말이지요.
그림바카라 《친구는 올까?》의 늑대도 그런 마음으로 괴로워합니다. 늑대는 얼마 전에 새로 사귄 친구를 좋아합니다.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생각한 늑대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친구가 찾아올 거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따로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라면 와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오지 않습니다. 밤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지요. 사실 늑대의 생일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었지만, 늑대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늑대는 점점 슬펐습니다. 슬픔을 잊어보려고 배가 터지도록 먹고, 힘이 약한 동물을 괴롭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견디기 어려워진 늑대는 이 모든 것이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이렇게 주문합니다.
“마음아, 없어져라!”
마음이 사라지자, 늑대의 가슴은 깨끗이 비워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더는 슬프지 않았고 서운하지도 않았습니다. 마음이 없으니 아플 일도 없는 듯했지요.
우리도 가끔 이럴 때가 있습니다. 너무 서운할 때, 너무 외로울 때, 기대했던 일이 무너졌을 때,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아프지 않을 것 같고,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없애고 싶다는 건 어쩌면 마음을 피하고 싶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휴대폰 화면을 끝없이 넘기고, 바쁘게 일하고, 먹는 것으로 달래고, 잠으로 덮고, 아무렇지 않은 척합니다. 어떤 사람은 화를 내며 마음을 감추고, 어떤 사람은 차갑게 돌아서며 마음을 닫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방어벽을 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의 작동 방식입니다. 마음은 아프면 피하려 합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피한다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말하지 못한 서운함은 가슴 안쪽에 남고, 외면한 슬픔은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쌓게 됩니다.
그림바카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음이 사라진 늑대 앞에 여우가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찾아옵니다. 늑대의 진짜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것이지요. 기다리던 친구가 왔으니 기뻐해야 할 순간인데도 늑대는 기뻐하지 못합니다. 친구가 와도 반갑지 않고, 선물을 받아도 즐겁지 않습니다. 마음을 없애니 슬픔과 함께 기쁨도 사라진 것이지요.
여우가 늑대에게 말합니다. 마음이 없다면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자신이 찾아온 일도 기쁘지 않을 거라고요. 그 말을 듣자 늑대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합니다. 늑대는 슬프고 외로운 마음만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기쁜 마음까지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바로 그 눈물 때문에 늑대는 다시 알아차립니다. 자신에게 아직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마음이 돌아왔다는 것을 말이지요.
마음이 돌아왔다는 건 무엇일까요. 마음은 고정되지 않습니다. 늘 변합니다. 아프다가도 풀리고, 슬프다가도 다시 기뻐집니다. 지금의 마음 또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마음이 아플 때 해야 할 일은 마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지나가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다룬다는 건 마음을 억누르거나 지워버리는 일이기 이전에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아, 내가 지금 서운하구나.” “내가 많이 기다렸구나.” “내가 친구에게 기대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입니다. 이름을 얻은 마음은 조금 덜 막막해집니다. 나를 흔들던 감정도, 가만히 바라보면 하나의 마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다음에는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기다렸을까. 무엇이 그렇게 서운했을까. 내가 정말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늑대가 바란 것은 그저 친구가 와주기를,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함께 기뻐해주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지요. 화난 마음 아래에는 서운함이 있고, 서운함 밑에는 기대가 있고, 기대 안쪽에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조절하는 첫걸음은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마음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들어보는 것입니다. “나는 네가 오지 않아 슬펐어.” “나는 네가 보고 싶었어.” “나는 오늘 네가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랐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마음은 부드러워집니다. 이렇게 표현된 마음은 덜 날카로워지고, 이해받은 마음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작은 명상]
잠시 눈을 감고, 오늘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서운함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그 마음을 밀어내지 말고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대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마음이 혼자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을 알아차려 봅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없애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너를 들어볼게.”
마지막으로 숨을 한 번 천천히 내쉬며, 가슴 안에 작은 자리를 내어줍니다. 마음이 사라지는 자리가 아니라, 마음이 쉬어갈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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