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오디세이》(2026)
귀향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격의 문제다.
그리스인들은 돌아옴을 노스토스(nostos)라 불렀고, 1688년 스위스의 의학도 요하네스 호퍼는 여기에 고통을 뜻하는 알고스(algos)를 붙여 향수(nostalgia)라는 병명을 만들었다. 어원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돌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아픈 일이며, 그 통증을 끝까지 자기 몫으로 안는 자만이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전작 《오펜하이머》에서 세상을 멸망시킬 거대한 불꽃을 묵시록처럼 응시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신작 《오디세이》에서 반대로 문명을 지탱해 온 아주 작은 화덕의 불씨를 들여다본다. 이 영화가 172분 동안 붙들고 있는 것은 지중해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한 인간이 제 집 문 앞에 설 자격을 되찾기까지 걸린 서늘한 시간이다.
영화가 반복해 호명하는 '제우스의 법'은 크세니아, 곧 낯선 이를 신처럼 맞아야 한다는 환대의 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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