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웨스트우드 영화관의 귀환
영화 속을 걸어 다니던 도시
1995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에서 거대한 흰색 탑을 올려다보았다. 꼭대기의 푸른 'FOX' 네온사인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당시 공식 운영 명칭은 '맨 빌리지 시어터'였지만, 사람들은 옛 이름을 따라 여전히 '폭스 빌리지'라고도 불렀다. 그것이 나와 이 극장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 웨스트우드는 거대한 영화 지구였다. 빌리지 맞은편에는 1937년 문을 연 '브루인 시어터'가 있었다. UCLA의 마스코트에서 이름을 따온 이 극장은 훗날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도 등장했다. 웨스트우드 불러바드에는 1940년 말 'UCLAN 시어터'로 출발한 크레스트 시어터가 있었다. 지금은 UCLA가 인수해 공연예술 공간 '니모이 시어터'로 운영하고 있다.
조금 더 걸으면 1970년 개관한 1,112석 규모의 내셔널 시어터가 있었다. 거대한 스크린과 뛰어난 70㎜ 상영으로 이름 높았지만 2007년 폐관한 뒤 이듬해 철거됐다. 페스티벌, 에이브코 센터, 플라자, 웨스트우드 4 등 크고 작은 극장들도 골목마다 불을 밝혔다. 1995년의 웨스트우드는 영화 한 편을 보러 가는 동네가 아니라, 영화 속을 걸어 다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그 중심에 빌리지 시어터가 있었다.
2008년 UCLA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나는 이 극장과 다시 만났다. UCLA 캠퍼스에서 한 블록 남짓 떨어져 있어 웨스트우드를 오갈 때마다 흰색 탑이 눈에 들어왔다. 2015년 USC에서 다시 연구년을 보낼 때도 웨스트우드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극장 앞에 서곤 했다. 1995년의 어학연수, 2008년의 UCLA, 2015년의 USC. 내 삶의 세 시기마다 이 극장은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의 스크린을 지켜온 시간
빌리지 시어터는 1931년 8월 14일 '폭스 웨스트우드 빌리지 시어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1,489석을 갖춘 대형 단관극장이었다. 1970년대에는 70㎜ 영사 설비와 대형 스크린을 갖추면서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대형 포맷 상영관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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