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질투는 사랑의 다른 이름일까
서연은 한동안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도진은 이상했다.
자기가 서연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보다, 서연 주변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같이 일하는 또래 남자 직원 이야기를 해도 그랬다.
밤에 일하는 곳의 마흔 대 남자 이야기가 나와도 그랬다.
“그 사람은 왜?”
“그냥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서연이 웃으면 도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서연은 느낄 수 있었다.
말끝이 아주 조금 짧아지는 것을.
질투였다.
그게 조금 귀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상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거야?’
서연은 곧 예순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볼 시간조차 없이 일터를 옮겨 다녔다.
새벽에는 부은 얼굴로 집을 나서고, 밤에는 화장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런데 도진의 눈에는 그런 서연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도진의 눈 속에서 서연은 잠시 한눈을 팔면 다른 남자가 데려갈 것 같은 여자였다.
그날도 그랬다.
오디션이 끝난 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점심을 먹었다.
처음에는 밥만 먹고 헤어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길어졌다.
누군가는 살아온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말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이상하게 편했다.
서연은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두 시간이 넘게 흘렀다.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때 도진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처음에는 농담이었다.
그런데 농담 속에 아주 작은 가시 하나가 숨어 있었다.
누구랑 있었느냐는 것.
혹시 남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것.
서연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조금 서운했다.
‘바보.’
정작 서연은 다른 남자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서연에게 낯선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이 좋았던 것.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웠던 것.
한 남자의 연락을 기다렸던 것.
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때문에 다시 여자처럼 느껴졌던 것.
그 모든 감정이 도진에게서 처음 시작됐다.
그래서 서연은 어느 순간부터 주변 남자 이야기를 하지 말까 생각하기도 했다.
도진이 괜히 신경 쓰는 게 싫어서였다.
그러다 문득 멈췄다.
‘아니지.’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일상을 감추기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연은 숨기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믿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날 저녁, 도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서연은 한참 화면을 바라보다 천천히 글자를 적었다.
‘도진아.’
지웠다.
다시 썼다.
‘넌 내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엄청 많은 여자처럼 보이나 봐.’
또 지웠다.
너무 진지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웃음을 하나 붙였다.
‘내 주변 남자들을 나보다 네가 더 신경 쓰는 것 같아. ㅎㅎ’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신경 쓰이지.’
서연의 손이 멈췄다.
짧은 네 글자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간질거렸다.
‘왜?’
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잠시 후 한 줄이 더 도착했다.
‘그냥 네 주변에 남자 있다는 게 싫어.’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참 이상한 남자였다.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서도 가끔은 먼저 포기하려 하고,
좋아하면서도 혼자 상상하고,
보고 싶으면서도 일이 있다며 오지 못하고,
그러면서 다른 남자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귀를 세웠다.
서연은 휴대전화를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질투가 사랑일까.
아니면 잃을까 두려운 마음일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도진의 마음이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쩌면 반대인지도 몰랐다.
마음이 있으니까 불안한 것이고,
마음이 있으니까 괜히 상상하는 것이고,
마음이 있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남자까지 신경 쓰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서연은 도진의 모든 질투를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
사랑한다면 믿어야 했다.
서연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
이번에는 지우지 않았다.
‘도진아.’
‘응.’
‘내 주변에 남자가 몇 명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해?’
답장이 없었다.
서연은 다음 문장을 보냈다.
‘내 마음이 누구한테 가 있는지가 중요하지.’
한동안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서연은 괜히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숫자 1이 사라졌다.
도진이 읽었다.
그런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
1분.
2분.
3분.
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괜히 보냈나.’
바로 그때였다.
도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서연은 화면 속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
“왜?”
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연아.”
“응.”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도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마음…… 나한테 있는 거 맞아?”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그건 앞으로 도진 씨 하는 거 봐서.”
“뭐?”
“질투 적당히 하라고.”
전화기 너머로 도진이 웃었다.
서연도 따라 웃었다.
그날 밤 서연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사랑은 누군가를 붙잡는 것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서로의 불안을 하나씩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 두 사람은,
그 방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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