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질투는 마음보다 먼저 도착했다

by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10화. 질투는 마음보다 먼저 도착했다

서연은 자신이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이제 거울 앞에 서면 젊음보다 세월을 먼저 세어보게 되는 나이였다.

예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고, 또 다른 일터로 옮겨가고, 밤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여자.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한 여자였다.

그런데 도진은 달랐다.

도진의 눈에는 서연 주변에 온통 남자들만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 남자도 있어?”

처음에는 웃었다.

“온라인 게임인데 남자가 없겠어?”

같이 일하는 또래 남자 이야기가 나와도 도진은 슬쩍 말을 붙였다.

밤에 일하는 곳의 마흔 대 남자 직원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놓고 질투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농담처럼 한마디 던졌다.

그런데 서연은 알았다.

농담 속에 진심이 반쯤 들어 있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연은 우연히 지원했던 오디션을 보러 갔다.

별 기대 없이 찾아간 곳이었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디션이 끝나자 처음 만난 사람 몇 명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우리 밥이나 먹고 갈까요?”

그렇게 시작된 점심이 길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두세 시간을 웃고 떠들었다.

누군가는 살아온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했다.

서연도 오랜만에 사람들 틈에 섞여 웃었다.

그 사이 휴대전화는 가방 안에 있었다.

도진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한참 뒤 휴대전화를 꺼냈을 때 도진의 말투가 묘했다.

농담 같으면서도 농담만은 아니었다.

누구와 있었는지.

왜 연락이 없었는지.

혹시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있었던 건 아닌지.

서연은 피식 웃었다.

‘이 사람은 대체 나를 몇 살로 보는 거야.’

자기는 이제 예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도진의 눈 속에 있는 서연은 달랐다.

잠깐만 연락이 없어도 누군가가 데려갈 것 같은 여자.

온라인 게임에 남자가 있다는 말만 들어도 신경 쓰이는 여자.

처음 만난 사람들과 밥을 먹었다고 하면 그중 남자가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여자.

이상한 일이었다.

도진 때문에 서연은 자신이 잊고 있던 한 사람을 다시 발견하고 있었다.

여자.

엄마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도 아니고,

일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한 남자 앞에서 마음이 뛰는 여자.

하지만 도진은 하나를 몰랐다.

서연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의 숫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동안 자신에게 다가왔던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그냥 사람이었다.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도진은 달랐다.

그의 다정한 말투가 좋았다.

나란히 걸으며 자연스럽게 잡았던 손도 좋았다.

그 손을 잡고 걸을 때면 이상하게 몸이 그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그 사실이 서연 자신에게도 낯설었다.

그래서 도진의 질투가 가끔은 우스웠다.

‘당신은 왜 다른 남자들을 그렇게 신경 써.’

정작 서연은 다른 남자들을 보고 있지 않았는데.

서연은 휴대전화를 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진아.”

보내지 않을 말을 마음속으로 써 내려갔다.

‘내 주변에 어떤 남자가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해?’

‘나는 그 사람들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데.’

잠시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내가 누구에게 여자가 되고 싶었는지가 더 중요한 거잖아.’

서연은 그 문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조금은 도진이 더 궁금해했으면 했다.

조금은 더 질투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언젠가는 알게 되기를 바랐다.

서연이 원하는 것은 자신을 가둬두는 남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자신을 믿어주는 남자라는 것을.

그리고 도진은 아직 몰랐다.

자기가 그렇게 경계하던 수많은 남자 가운데,

정작 서연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남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을.

그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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