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그날도 터덜터덜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랐다. 번잡한 주위에 시선이 머물렀으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실망은 전-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지 말입니다! 했었다. 다크서클이 눈 밑을 점령하고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얼룩덜룩한 검은빛에 아마도 판다가 연상 됐겠지 싶었다. 내가 아무리 짝사랑을 자처하고 있다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짝사랑을 하더라도 외모는 중요하다는 것을(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
J와의 연락이 순탄한 건 아니었다. 대부분 내가 먼저 손 내미는 연락이자 안부였으나 나 역시도 J의 오타쿠처럼 매일 깊은 마음으로 사모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사랑하는 마음값은 디폴트였고 그 위 아래로 +,-가 되는 수준이었다는 것.
늦은 저녁을 먹고 모처럼 백수처럼 뒹굴 거리는 저녁이었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던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에세이집도 보면서 말이다. 참고로 나는 바카라 덕후여서 그제나 여제나 바카라으로 위로를 삼고 있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선명하게 지정이 된 마음인지라 휴대폰을 볼 때마다 손이 근질거려서 혼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종일 그 아이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일상이 무척 바빴으므로 가끔 꺼내먹는 냉장고속 초콜릿처럼 매번 그가 반가웠다.
짝사랑을 숨 가쁘게 하지 않는 방법. 짝사랑도 달콤한 구석이 있기에 물릴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단 것을 많이 먹고 자주 먹으면 그것은 더 이상 먹기 싫어지고 생각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의 삶을 알차고 야무지게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오타쿠가 되지 말고 나의 순수한 오타쿠를 찾아야 하는 것이 짝사랑의 핵심이다.
냉정함을 유지하고자 신경을 쓴 이유는 F성향 사람 특유의 감성과 감수성이 밤이 되면 깊어진다는 것에 있었다. 발라드 노래를 들으며 바카라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쉼이었고 내게는 낭만이었다. 당시는 대유행이었지만 이제는 영원히 찾을 수 없을 매체! 싸이월드와 세이클럽(이게 뭐야?가 아니라 당연히 알지! 하는 사람이....있겠죠?) 키보드를 동당거리며 수없이 접촉을 시도했고 과선배들과 혹은 후배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나였다.
믿을 수 없을지 몰라도 나는 그애의 싸이월드 주소라던지 세이클럽 아이디 같은 건 하나도 몰랐다. 그런 것까지 알려 달라고 하기엔 뭔가 너무 사생활에 끼어드는 것 같았고 너의 일상에 나를 끼워줘 끼워줘 비비적거리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솔직히 내가 희한한 거고 알고 있음이 더 맞는 것일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친구B와 J에 대해 폭풍 수다를 떨 때쯤 ‘띠링’ 하는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당연히 광고 스팸이겠지 싶어 확인을 늦추었고 메시지 확인 시간은 정확히 1시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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