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롱런 할 수 있는 방법
오전에 듣는 교양수업 시간이 가장 좋았다. 버스를 놓치거나 교통체증으로 강의실에 좀 늦게 도착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했다. 나 말고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뒤로도 수십 명은 되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도 나는 교양수업을 사랑했다.(교수님의 단골 주제였던 자크 라캉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음)친구가 맡아준 자리로 엉금엉금 기어가듯 가서 앉으면 일순 집중 되는 시선들이 어찌나 부담이던지. 그 시선 속에 그도 있다는 사실이 당당했던 내 마음을 간장종지처럼 만들었다.
전 날 깡소주 몇 병을 혼자 마신 사람처럼 흐물흐물 거리던 나는 장장 120분 만에 가지게 된 쉬는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고급스럽지 못한 입맛이라 자판기 커피를 참 좋아했다. 겨우 밀크커피 한 잔일 뿐이지만 나름대로 분위기 깔고 먹고 싶어 열린 창문 난간에 기대어 홀짝홀짝 단맛을 음미하고 있었더니 평소 말 수는 적으나 한 번 터뜨리면 촌철살인의 언어를 구사하는 친구가 물끄러미 내 뒤통수를 보며 툭 내뱉었다.
“어이 P!”
“어, 왜...?”
“너 혹시 머리했니?”
“!!!!!!!”
진실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머리를 감고 일분일초 시간이 간다 나풀나풀 간다는 말을 되뇌면서도 고데기를 잡고 헤어스타일에 힘을 준 것이다. 무의식중에도 안개처럼 스며있던 그의 생각이 함께 수업을 듣는 날이라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인식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나의 불꽃같은 짝사랑이 머리카락 한올한올에 힘을 주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사랑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다. 그 와중에도 머리를 하고 오냐?”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