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지만 너는 끝까지 몰라야 하는 것
기억은 왜곡 되기 마련이고 내 기억 역시 멋대로 부풀려 아름답게 치장했을지 모른다. 그 아이의 친절은 그냥 몸에 벤 습관에 불과했을 뿐 나의 대한 특별함이 존재하지는 않았을지도.
어쩌면,
'나에게만 착한 너' 는 아니었을 것 같아서.
첫사랑에 씌인 환상적 시선은 무서운 거다. 작은 눈빛 하나, 스쳐도 몰랐을 눈맞춤 하나까지도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니 말이다.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만나면 친하지 않지만 문자 속 우리는 아주 친한, 절친 그 어디쯤엔가는 닿고 있었다. 안부를 묻는 일, 하루의 마무리를 챙기는 일은 대부분 내 몫이었고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하는 날은 꽤 드물다는 걸 알고 난 후 조금은 슬픈 심정이 됐다. 스무살에게도 자존심은 중요한 거라 어리다고 배제 할 수는 있는 감정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렸기에 더 잘 지키고 싶었던 건지도.
소위 연애 좀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은 가지각색이었다. 연락은 성격따라 하는 거다. 그런걸로 사람의 마음을 판단하지 말아라. 넌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인 생각을 하면서 사니? 또는 남자는 행동하는 사람, 마음이 있다면 연락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걔 너한테 마음 없네! 진실은 늘 불편한 법이야. 현실을 받아들여. 연애의 스킬도 당연히 노하우도 없이 하얀 도화지에다 총천연색 물감으로 무작정 그림을 그리려다보니 이게 그림인지 우주인이 적어 놓고 간 암호인 건지 알쏭달쏭했다. 난 누구의 말을 들어야했고 체념과 밀어부치기 둘 중에서 꽤나 큰 고민을 했다.
입학을 하면 당연히 밟아야 하는 수순! 바로 발대식이었다. 요즘도 이런 문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20년전만 해도 굉장히 중요한 공식모임이었다. 나이트 하나를 빌렸던가? 그곳이 거기가 맞는지 무척 가물가물하지만 매우 깊이 인상적이라 여전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건 그 친구의 활약하는 모습이었다. 사이키 조명이 눈부시게 내리꽂는 무대 가운데 친구가 자꾸 뒤를 보라는 거다. 머리위로 물음표를 한가득 그려놓고 바라본 내 시선의 끝에는 그 아이의 방정맞음이 사방을 장악하고 있었다. 난 속으로 뜨악했고 저런 춤은 어디서 배웠을까? 생긴거랑 다르게 몸놀림에 굉장한 유머가 있네 싶었다. 도시남자 같은 모습에 순박한 시골소년의 모습이 보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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