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생활을 모른다는 말

by대건

얼마 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두고 슬롯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눈치가 없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려면 분위기도 읽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살필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감각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이 어울려 일하는 곳에서 자기 사정만 내세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며칠 뒤 다른 쪽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이번에는 자기 생각만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이 문제였다. 조직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데 자기 말만 옳다고 하면 어떻게 함께 일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 역시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듣다 보니 조금 이상했다. 서로 다른 편에서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론은 같았다. ‘슬롯생활을 안 해봐서 그렇다.’ 양쪽 모두 자신은 슬롯생활을 알고, 상대는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슬롯생활이라는 말이 조금 낯설어졌다. 분위기를 읽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것이 슬롯생활일까. 문제가 있어도 조직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슬롯생활일까. 그렇다면 불편한 분위기를 감수하고 문제를 꺼내는 사람은 슬롯생활을 못하는 사람일까.


말을 아끼면 눈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자기 의견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생각을 분명히 밝히면 누군가는 소신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고집이라고 한다. 행동은 비슷한데 평가가 달라진다. 그 사람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만큼, 누가 그 행동을 바라보느냐도 중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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