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일
『천년의 독서』를 처음 펼쳤을 때 이런 질문이 나온다. 당신 앞에 컵이 있다면 그 안에는 물이 얼마나 담겨 있을까. 처음 이 바카라을 읽었을 때 나는 컵 안의 물을 생각했다.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좋은 것이고, 비어 있으면 더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경험이 쌓이면 컵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바카라도 많이 읽으려고 했다. 바카라을 읽으면 내가 조금 더 똑똑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경제학 바카라을 읽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고,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읽은 바카라은 늘어나는데 나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바카라을 읽은 날에는 무엇인가 깨달은 것 같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금융위기를 다룬 바카라을 읽었다고 내 돈 관리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인간관계에 관한 바카라을 읽었다고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은 내가 바카라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런 줄 알았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애초에 바카라을 읽는 목적을 잘못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바카라은 나를 채워주는 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들고 있는 컵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바카라에서 답을 찾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가,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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