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불평한다는 것은 아직 기대하는 것이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하느냐고 따지고, 이건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끝내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마음이 든다. 듣는 사람은 피곤하겠지만, 말하는 사람도 지친다. 그래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에는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한 팀장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그는 이 일을 7년 넘게 했다. 쉽지 않은 구역을 맡았고, 수많은 민원을 겪었고, 관리자와도 여러 번 부딪혔다. 화를 냈고,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했다. 그런 그가 최근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부딪혔나 보다. 이번에는 많이 힘들었나 보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오래 일한 사람이었기에, 앞으로도 오래 볼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여겼다. 그가 버텨온 시간이 내게는 그가 계속 버틸 거라는 근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 보였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던 사람에게서,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느껴졌다. 화가 풀린 것인지, 마음이 떠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차이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혼자 얼마나 생각했을까.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음 날 다시 출근할 준비를 하며, 계속해야 할 이유와 그만두고 싶은 이유를 얼마나 번갈아 떠올렸을까. 내가 들은 것은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에게는 오래 망설인 끝에 겨우 입 밖으로 꺼낸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한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쉬고 나면 다시 해볼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예전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사람이 조용해지는 데에는 마음이 편안해진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으니까.
사람들은 누군가 일을 그만두면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을 기억한다. 인사를 나누고, 짐을 챙기고, 차가 떠나던 날을 기억한다. 하지만 마음이 떠난 날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날에도 그는 평소처럼 출근해서 자기 구역의 택배를 모두 배송했을 것이다.
큰 싸움이 있었던 날이 아닐 수도 있다. 민원 하나 때문에 어렵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건 알아서 하세요.”라는 답이 돌아온 날일 수도 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앉아 있다가, 남은 물건을 배송하러 다시 차에서 내렸던 어느 평범한 날일 수도 있다.
말한 사람은 곧 잊었을 것이다. 늘 하던 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여러 해 겪어온 사람에게는 그 말이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한 대답처럼 들릴 수 있다. 이번에도 혼자 해결해야 하고, 다음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대답 말이다.
‘앞으로도 똑같겠구나.’
그 생각이 들면 무엇부터 고쳐달라고 말해야 할지조차 막막해진다. 문제 하나를 해결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사람은 이곳을 바꿀 방법보다, 이곳을 떠나도 살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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