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관리실장에게서 배송한 물건 하나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배송완료 사진은 남아 있었다. 수취인에게 보낸 문자 기록도 남아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절차는 이미 다 해둔 뒤였다. 그런데 물건이 사라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고객이 물건을 착각해서 전화했나 보다 싶었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고, 배송했던 지역을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발송인 쪽에도 이미 같은 문의가 들어가 있었다. 이쪽저쪽에 전화를 걸어 발송인과 수취인의 말을 번갈아 들었다. 사진 속에는 분명 물건이 있었다. 수취인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발송인도 그럼 누가 바카라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누가 가져간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평소라면 배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강의를 듣거나 글을 썼다. 몸은 지쳐 있어도 머리만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날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전화 몇 통을 돌리고 나니 머리가 완전히 뒤엉켰다.
나중에야 알았다. 나를 지치게 한 건 물건 하나가 아니었다.
사고가 났을 때 내가 기대한 건 누군가와 함께 상황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관리실장에게서 가장 먼저 돌아온 질문은 수취인에게 문자를 보냈는지, PDA에 배송완료 사진이 남아 있는지였다.
물론 확인해야 할 일이다. 사고가 났으니 기록을 점검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아마 순서였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보다 "절차는 지켰습니까"가 먼저 나오는 순간, 사람은 묘한 자리에 서게 된다.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사람 옆이 아니라, 내 잘못을 확인하려는 사람 앞에 선 것 같은 자리.
관리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잘잘못을 가르는 사람일까, 아니면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머리를 맞대는 사람일까.
기사에게도 물론 바카라임은 있다. 잘못 배송했으면 바카라임져야 하고, 지켜야 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몫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배송했다는 이유 하나로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면, 관리라는 자리는 대체 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진다.
문제가 생기면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고, 서로 가진 정보를 나눠 해결바카라을 찾는 일. 나는 그것이 관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